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가 코로나19 여파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 실적에서 희비가 갈렸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의 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사명을 바꾼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두 업체 모두 수출에서 판매량이 늘었다.
■코로나・반도체 여파 현대차・기아 ‘하락’
4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국내 5만2883대, 해외 26만1043대를 판매하며 31만 3926대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28.4%, 14.3% 줄었다.
기아는 국내 실적이 줄고 해외에서 늘면서 전체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기아의 3월 판매량은 국내 4만5066대, 해외 20만5580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9% 줄어든 25만646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국내 11.7% 감소, 해외 1.8% 증가한 실적이다.
현대차·기아의 3월 판매량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 여파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 납품하는 중국 산둥성 등 부품 업체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원활한 부품 공급이 이뤄지질 않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GV60, GV70, GV80, 팰리세이드와 기아 레이·쏘렌토·모하비 등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고객들에게 인도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반도체 공급난도 판매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도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GM도 3월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앞세워 해외 판매를 강화한 한국GM이 국내 판매에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3% 감소한 3609대, 해외 9.7% 감소한 2만1212대를 기록하며 국내외 모두 판매가 하락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타호를 비롯해 볼트 EV, 볼트 EUV 등 친환경차가 2분기부터 구매자에게 인도되기 때문에 실적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 (사진=쌍용자동차)
■ 르노코리아・쌍용차, 회사 이슈에도 ‘호실적’
반면 르노코리아와 쌍용차는 지난해 대비 판매 실적이 상승했다. 두 업체 모두 수출에서 긍정적인 실적을 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사명을 변경했고 쌍용차는 M&A 무산 등의 이슈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판매가 상승했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4464대, 해외 5945대로 총 1만40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4% 증가한 실적을 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가 해외에서 5308나 판매되면서 수출을 이끌었다. 그 뒤를 이어 QM6 567대, 트위지 40대 등을 팔았다. 특히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 엔진이 2939대로 해외 판매량의 55.4%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16일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신임 대표이사도 취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M&A 무산 이슈를 겪은 쌍용차도 오히려 판매량은 상승세다. 쌍용차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오히려 실적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의 3월 국내외 판매 실적은 5102대, 수출 3494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2% 오른 8596대를 기록했다. 8000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이 판매를 이끌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M&A 계약이 무산됐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계약금 305억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 2743억원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새 인수자를 만나 이달 10월까지 회생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쌍방울그룹이 광림, 나노스, 아이오케이 등의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의향을 밝혔다. 쌍방울글부은 이번 주 중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다가 다시 다른 업체에 인수돼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오히려 14만7000대 BEP(손익분기점)를 넘는 결과를 냈다”며 “청산보다는 적절한 인수자를 만나 회생하는 가치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