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DDR5·HBM 등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만회한다는 구상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관련 수요가 있다며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 신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29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본사 수펙스(SUPEX) 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후 이처럼 밝혔다.
박 부회장은 “고객이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요구하면서 패키지 기술이 중요해졌다”며 “미국에 (고객이) 많이 있으니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을) 지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며 1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올해 상반기 안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첨단 서버용 제품의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올해 세대 교체가 예상되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제품과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등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D램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챗GPT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엔비디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개를 활용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AI 챗봇 챗GPT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고성능 컴퓨팅뿐 아니라 고속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서비스에 우리 회사의 HBM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0년 이상 지속해서 HBM 기술을 개발한 준비 과정 끝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며 “유수의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 구매할 정도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DDR5 일부 제품은 수요가 타이트하다 보니 특정 제품에 대해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HBM도 그렇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 개선이 기대되지만 여전히 있는 불확실성에 대응한다.
박 부회장은 “설비투자(CAPEX) 지출은 전년도 19조원 정도에서 올해 50% 이상 절감된 투자를 계획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고객들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에 따른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선 유예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10월로 끝나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와 관련해서 추가 유예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용인 클러스터가 생길 때까진 무조건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하다”며 “1년 뒤에 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했다. 다만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는 1년간 규제를 유예 기간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