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기간 식품업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가정간편식이 부진한 업황 속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고물가 속 외식 수요를 흡수하고 해외에서는 ‘K-푸드’ 확산에 앞장서며 그간 내수 위주였던 식품산업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악화됐던 국내 식품 업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는 팬데믹 기간 ‘집밥 수요’ 증가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며 불황을 비껴가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판매량 감소로 이중고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까지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통제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 카드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올해 5월 들어 가공식품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치솟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며 원가 부담도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4분기부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지난해 대비 실적 개선 효과가 있었다”면서 “원재료 면에서는 원당 등 부담 요인이 남아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앞으로의 투입 단가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키운 가정간편식, 이제는 수출 효자 상품으로 호주의 울워스(Woolworths)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사진=CJ제일제당 최근 2년간 식품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수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소비자의 가격 저항감도 따라 커지면서 가공식품 판매량(음식료 소매 판매액 기준)은 올해 초까지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물가 추세가 오래 이어지면서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간편식 등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여파로 간편식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혜를 입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실시되면서 외식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반대급부로 커진 ‘집밥 수요’를 공략한 가정간편식이 빠르게 성장했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간편식 개발에 투자를 늘리면서 메뉴가 다양화되고 맛과 품질도 외식 메뉴에 견줄 만큼 향상됐다.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자 수출도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필수소비재 판매량’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동안에도, 해외 매출은 간편식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식품업체들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급성장한 가정간편식은 이제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면서 식품산업도 내수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K-푸드’로 옮겨붙으면서 각종 가공식품 성장세에도 날개가 달렸다.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일찌감치 신시장 개척에 나섰던 CJ제일제당은 북미 시장 만두와 냉동피자 품목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롯데웰푸드도 인도 등지에서 꾸준히 생산 설비를 늘리며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을 필두로 ‘전통적인 간편식’인 라면도 선전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본격화 전망에 향후 기상도 ‘맑음’ 최근 5년간 주요 곡물 가격 추이. (단위 : 달러/톤) 자료=시카고선물거래소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올해 7월부터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 밀 생산량 상향 조정 및 러시아 수출 증가에 따라 4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전 분기 대비 4.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 전년동기대비 22.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무부(USDA), 국제곡물이사회(IGC),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 주요 기관도 2023/24년에 옥수수와 대두 수급 전망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가격이 평년과 비교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3분기 주요 식품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GPM)이 지난해 대비 소폭 개선되는 등 원가 부담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가공식품 판매량 회복세에 곡물 가격도 안정되면서 실제 식품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8% 증가한 23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하던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롯데웰푸드와 대상도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06억원(+40.9%), 517억원(+50.3%)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이밖에 농심(+103.9%), 오뚜기(+87.9%), 빙그레(+153.9%), 삼양식품(+124.7%)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곡물 가격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하면 곡물 투입가 하락이 본격화될 4분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한층 가벼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3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해외 사업 성장세와 자체적인 판관비 감축 효과 등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면서 “원자재 가격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가격 하락세가 내년에도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바뀌는 유통街②] 고물가에 날개 단 가공식품…반등 노리는 식품업계

가공식품 판매량 회복·곡물 등 원가 부담 완화…“부진 끝 보인다”
가정간편식 앞세워 내수 중심 구조 탈피…투입가 하락 본격화 기대에 ‘방긋’

김성준 기자 승인 2023.11.17 11:00 의견 0
지난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기간 식품업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가정간편식이 부진한 업황 속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고물가 속 외식 수요를 흡수하고 해외에서는 ‘K-푸드’ 확산에 앞장서며 그간 내수 위주였던 식품산업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악화됐던 국내 식품 업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는 팬데믹 기간 ‘집밥 수요’ 증가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며 불황을 비껴가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판매량 감소로 이중고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까지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통제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 카드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올해 5월 들어 가공식품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치솟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며 원가 부담도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4분기부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지난해 대비 실적 개선 효과가 있었다”면서 “원재료 면에서는 원당 등 부담 요인이 남아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앞으로의 투입 단가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키운 가정간편식, 이제는 수출 효자 상품으로

호주의 울워스(Woolworths)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사진=CJ제일제당

최근 2년간 식품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수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소비자의 가격 저항감도 따라 커지면서 가공식품 판매량(음식료 소매 판매액 기준)은 올해 초까지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물가 추세가 오래 이어지면서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간편식 등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여파로 간편식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혜를 입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실시되면서 외식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자, 반대급부로 커진 ‘집밥 수요’를 공략한 가정간편식이 빠르게 성장했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간편식 개발에 투자를 늘리면서 메뉴가 다양화되고 맛과 품질도 외식 메뉴에 견줄 만큼 향상됐다.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자 수출도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필수소비재 판매량’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동안에도, 해외 매출은 간편식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식품업체들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급성장한 가정간편식은 이제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면서 식품산업도 내수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K-푸드’로 옮겨붙으면서 각종 가공식품 성장세에도 날개가 달렸다.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일찌감치 신시장 개척에 나섰던 CJ제일제당은 북미 시장 만두와 냉동피자 품목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롯데웰푸드도 인도 등지에서 꾸준히 생산 설비를 늘리며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을 필두로 ‘전통적인 간편식’인 라면도 선전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본격화 전망에 향후 기상도 ‘맑음’

최근 5년간 주요 곡물 가격 추이. (단위 : 달러/톤) 자료=시카고선물거래소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올해 7월부터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 밀 생산량 상향 조정 및 러시아 수출 증가에 따라 4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전 분기 대비 4.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전 분기 대비 1.2%, 전년동기대비 22.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농무부(USDA), 국제곡물이사회(IGC),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등 주요 기관도 2023/24년에 옥수수와 대두 수급 전망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가격이 평년과 비교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3분기 주요 식품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GPM)이 지난해 대비 소폭 개선되는 등 원가 부담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가공식품 판매량 회복세에 곡물 가격도 안정되면서 실제 식품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8% 증가한 234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하던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롯데웰푸드와 대상도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06억원(+40.9%), 517억원(+50.3%)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이밖에 농심(+103.9%), 오뚜기(+87.9%), 빙그레(+153.9%), 삼양식품(+124.7%)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곡물 가격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까지의 시차를 고려하면 곡물 투입가 하락이 본격화될 4분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한층 가벼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3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해외 사업 성장세와 자체적인 판관비 감축 효과 등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면서 “원자재 가격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가격 하락세가 내년에도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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