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역대 소주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친근한 국민 술’로써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목으로는 마케팅의 힘이 꼽힌다. 하이트진로가 이어온 100년은 치열한 국내 주류시장 내 마케팅 전쟁의 역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주에서 60%가 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이룩하기까지 숱한 경쟁사의 추격이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는 돌파구는 늘 새로운 마케팅에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지난 9일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진로를 시장 1위로 안착시킨 결정적 마케팅으로 ‘밀림의 바’ 작전과 ‘왕관 회수 작전’을 꼽았다. 1965년 국내 소주시장 1위는 희석식 소주 설비를 최초로 구축한 삼학소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진로의 전신으로 시장 2위였던 서광주조는 국내 최초로 주류 연구소를 설립하고 주류 바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류유통 혁신과 함께 진로의 ‘대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당시 ‘밀림의 바’라고 불리던 남산 일대는 소주 소비량이 매우 큰 지역이었다. 진로 판촉원들은 ‘진로’를 주류 제품으로 띄우기 위해 소주 도매행상에 진로를 공급한 후 직접 진로를 사마셨다. 1966년에는 사명까지 ‘진로주조’로 변경하며 진로에 ‘올인’했다. ‘진로 사마시기’는 ‘밀림의 바’ 일대에서 삼학 소주를 밀어낼 때까지 계속됐다. 이와 함께 진로주조는 병뚜껑(왕관)을 개당 2원에 사들이는 ‘왕관 회수 작전’도 진행했다. 체계화된 데이터가 없던 시절 영업사원이 ‘왕관’을 회수하며 시장 점유율 파악과 판매 증대를 도모할 수 있었고, 가짜 제품도 식별할 수 있어 품질 관리 효과도 거뒀다. 회수 과정에서 판매 현장과 유대감이 생기며 영업 효율도 높아졌다. 진로주조는 두 작전의 성공을 통해 1970년 삼학을 제치고 소주 시장 1위에 오르게 된다. 왕좌를 차지한 뒤에도 ‘마케팅 전쟁’은 계속됐다. 경쟁사의 추격을 떨쳐내기 위한 수성전이었다. 하이트진로가 5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번의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첫 위협은 두산그룹이 경월소주 인수 후 1994년에 선보인 ‘그린’ 출시였다. 두산경월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진로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계속 좁혀왔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알코올 도수 23도와 함께 대나무숯 정제 공법을 적용하며 ‘순한 소주’로 시장을 재편한다. 소주 최초로 여성 모델도 기용하며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도 전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참이슬은 불과 2년만에 단일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만 387억병에 달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메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번째 도전은 2006년 두산경월이 도수를 낮춰 출시한 ‘처음처럼’ 이었다. 2009년 롯데그룹에서 두산경월을 인수한 뒤에는 참이슬에 대한 공격이 한층 거세졌다. 참이슬의 시장 지위는 굳건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원조 소주 브랜드인 ‘진로’를 뉴트로 트렌드로 재해석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도수를 낮추고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등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트렌디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진로는 참이슬에 이은 또 다른 대표 소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이트진로 역대 맥주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맥주 시장에서도 격전이 벌어졌다. 하이트의 전신인 조선맥주는 1991년까지 ‘크라운 맥주’ 등 꾸준한 신제품 출시에도 오비맥주에 밀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전 카드’는 마케팅이었다. 당시 수돗물 오염 이슈 등으로 먹는 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조선맥주는 1993년 ‘암반천연수’를 마케팅 전략으로 꺼내며 ‘하이트’를 출시했다. 하이트는 열세를 한번에 뒤집은 것은 물론, 출시 4년만에 맥주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할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반격은 매서웠다. 특히 오비맥주가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맥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새 무기로 삼아 2011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카스’는 진로가 1999년 매각했던 브랜드인 만큼 입맛이 더 썼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에서와 달리 맥주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오성택 상무는 “오비맥주의 고성이 견고해 맥주에서 줄곧 2위를 지켜야 했던 하이트진로는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메가 브랜드급 맥주 신제품을 준비했다”면서 “제품이 곧 마케팅인 시대에 소비자 눈을 속이는 현란한 마케팅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2019년 ‘청정라거-테라’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청정, 천연, 자연을 마케팅 중점으로 삼은 테라는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후 39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는 등 국내 맥주 브랜드 판매 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강남, 홍대, 여의도를 중심으로 ‘테슬라(테라+참이슬)’ 열풍이 확산되면서 테라는 출시 첫해 목표 대비 267% 판매를 달성한다. 하지만 수도권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확대하던 테라 점유율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맞이한다. 하이트진로는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 취향에 주목했다. 2022년 한해 맥주 신제품만 120여개가 출시될 만큼 초경쟁 상태인 주류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로는 시장을 석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또 다른 신제품 ‘켈리’를 2023년 출시한다. 앞서 참이슬에 진로를 더한 ‘더블 브랜드’ 전략으로 소주 시장에서 성과를 낸 만큼, 맥주 시장에서도 테라와 켈리의 ‘연합작전’을 펼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층 치열해진 격전 속에서 하이트진로는 다시금 ‘왕좌 탈환’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하이트진로100주년②] ‘소주 1위’ 뒷받침한 마케팅…맥주도 ‘왕좌 탈환’ 나선다

치열한 주류시장 마케팅 100년 전쟁…경쟁사와 끊임없는 경쟁 펼쳐
위기 극복마다 ‘신의 한수’ 된 마케팅…1위 탈환 및 53년 수성 원동력
남은 과제는 ‘맥주 왕좌’ 탈환…테라·켈리 ‘연합작전’으로 공세 강화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5.15 12:00 의견 0
하이트진로 역대 소주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친근한 국민 술’로써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목으로는 마케팅의 힘이 꼽힌다. 하이트진로가 이어온 100년은 치열한 국내 주류시장 내 마케팅 전쟁의 역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주에서 60%가 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이룩하기까지 숱한 경쟁사의 추격이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는 돌파구는 늘 새로운 마케팅에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지난 9일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진로를 시장 1위로 안착시킨 결정적 마케팅으로 ‘밀림의 바’ 작전과 ‘왕관 회수 작전’을 꼽았다. 1965년 국내 소주시장 1위는 희석식 소주 설비를 최초로 구축한 삼학소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진로의 전신으로 시장 2위였던 서광주조는 국내 최초로 주류 연구소를 설립하고 주류 바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류유통 혁신과 함께 진로의 ‘대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당시 ‘밀림의 바’라고 불리던 남산 일대는 소주 소비량이 매우 큰 지역이었다. 진로 판촉원들은 ‘진로’를 주류 제품으로 띄우기 위해 소주 도매행상에 진로를 공급한 후 직접 진로를 사마셨다. 1966년에는 사명까지 ‘진로주조’로 변경하며 진로에 ‘올인’했다. ‘진로 사마시기’는 ‘밀림의 바’ 일대에서 삼학 소주를 밀어낼 때까지 계속됐다.

이와 함께 진로주조는 병뚜껑(왕관)을 개당 2원에 사들이는 ‘왕관 회수 작전’도 진행했다. 체계화된 데이터가 없던 시절 영업사원이 ‘왕관’을 회수하며 시장 점유율 파악과 판매 증대를 도모할 수 있었고, 가짜 제품도 식별할 수 있어 품질 관리 효과도 거뒀다. 회수 과정에서 판매 현장과 유대감이 생기며 영업 효율도 높아졌다. 진로주조는 두 작전의 성공을 통해 1970년 삼학을 제치고 소주 시장 1위에 오르게 된다.

왕좌를 차지한 뒤에도 ‘마케팅 전쟁’은 계속됐다. 경쟁사의 추격을 떨쳐내기 위한 수성전이었다. 하이트진로가 5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번의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첫 위협은 두산그룹이 경월소주 인수 후 1994년에 선보인 ‘그린’ 출시였다. 두산경월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진로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계속 좁혀왔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알코올 도수 23도와 함께 대나무숯 정제 공법을 적용하며 ‘순한 소주’로 시장을 재편한다. 소주 최초로 여성 모델도 기용하며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도 전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참이슬은 불과 2년만에 단일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만 387억병에 달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메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번째 도전은 2006년 두산경월이 도수를 낮춰 출시한 ‘처음처럼’ 이었다. 2009년 롯데그룹에서 두산경월을 인수한 뒤에는 참이슬에 대한 공격이 한층 거세졌다. 참이슬의 시장 지위는 굳건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원조 소주 브랜드인 ‘진로’를 뉴트로 트렌드로 재해석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도수를 낮추고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등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트렌디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진로는 참이슬에 이은 또 다른 대표 소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이트진로 역대 맥주 제품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맥주 시장에서도 격전이 벌어졌다. 하이트의 전신인 조선맥주는 1991년까지 ‘크라운 맥주’ 등 꾸준한 신제품 출시에도 오비맥주에 밀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전 카드’는 마케팅이었다. 당시 수돗물 오염 이슈 등으로 먹는 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조선맥주는 1993년 ‘암반천연수’를 마케팅 전략으로 꺼내며 ‘하이트’를 출시했다. 하이트는 열세를 한번에 뒤집은 것은 물론, 출시 4년만에 맥주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할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반격은 매서웠다. 특히 오비맥주가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맥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새 무기로 삼아 2011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카스’는 진로가 1999년 매각했던 브랜드인 만큼 입맛이 더 썼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에서와 달리 맥주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오성택 상무는 “오비맥주의 고성이 견고해 맥주에서 줄곧 2위를 지켜야 했던 하이트진로는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메가 브랜드급 맥주 신제품을 준비했다”면서 “제품이 곧 마케팅인 시대에 소비자 눈을 속이는 현란한 마케팅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2019년 ‘청정라거-테라’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청정, 천연, 자연을 마케팅 중점으로 삼은 테라는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후 39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는 등 국내 맥주 브랜드 판매 속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강남, 홍대, 여의도를 중심으로 ‘테슬라(테라+참이슬)’ 열풍이 확산되면서 테라는 출시 첫해 목표 대비 267% 판매를 달성한다. 하지만 수도권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확대하던 테라 점유율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맞이한다.

하이트진로는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 취향에 주목했다. 2022년 한해 맥주 신제품만 120여개가 출시될 만큼 초경쟁 상태인 주류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로는 시장을 석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또 다른 신제품 ‘켈리’를 2023년 출시한다.

앞서 참이슬에 진로를 더한 ‘더블 브랜드’ 전략으로 소주 시장에서 성과를 낸 만큼, 맥주 시장에서도 테라와 켈리의 ‘연합작전’을 펼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층 치열해진 격전 속에서 하이트진로는 다시금 ‘왕좌 탈환’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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