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 재건축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 가구를 공급하는 8.8주택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세부 계획으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공급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발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2029년까지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비사업 관련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사업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수립하는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해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준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37만가구 정도지만, 공사비 급등,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는 과도한 분담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도 사업 좌초 이유다.
이로인해 국토부는 조만간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p) 올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일반 정비사업은 현행 최대 300%인 용적률을 33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360%인 허용 용적률을 390%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규제지역(현재 강남3구·용산구)은 대상에서 배제되며, 용적률 혜택을 노려 사업을 되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발표일 이전에 이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한 곳도 제외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정비사업 절차가 통합축소된다. '기본계획수립'과 '정비계획지정' 및 '정비계획수립' 절차의 통합이 유력시되며,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인가'도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계획의 경우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이 정비사업의 기본방향과 계획기간 등 정비예정구역과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계획을 세우는데 주민공람(14일), 지방의회 의견청취(60일) 등을 거쳐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한다.
정비구역의 입안 및 지정의 경우, 재개발 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은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60% 이상인 지역이 대상이다. 정비계획의 입안권자는 토지소유자 등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의 입안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제안일부터 60일 이내 정비계획에의 반영 여부를 제안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한차례만 30일 연장할 수 있다. 주민의견청취를 위해 주민설명회 등 30일 이상 주민에게 공람하여 의견을 들어야 하며 지방의회 의견청취를 통해 60일이내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정비사업 초기단계인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단계가 통합되면 정비사업 초기에 들어가는 시간은 좀 더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진단의 경우 주택의 노후·불량정도에 따라 구조의 안전성 여부, 보수비용 및 주변여건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말한다. 정비계획 입안권자는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의 입안을 위하여 정비계획예정구역별 정비계획 수립시기가 도래한 때에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국토부는 앞서 발표한 '1.10대책'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기간을 3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때 사업시행계획서에 정관 등과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 등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군수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사업시행계획서의 제출이 있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하여 사업시행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관련 서류의 공람 기간은 14일이다.
관리처분계획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부터 120일 이내에 분양의 대상이 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내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지역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에 공고하고, 토지소유자에게 통지하는 분양신청의 통지·공고 기간을 시행해야 한다. 이후 분양신청기간은 통지한 날부터 30일 이상 60일 이내로 해야한다. 다만,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분양신청기간을 2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사업시행자는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된 때에는 분양신청의 현황을 기초로 분양설계 ▲분양대상자별 분양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 ▲정비사업비의 추산액 및 그에 따른 조합원 분담규모 및 분담시기 ▲분양대상자의 종전토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명세 등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군수 등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공람의 기간은 30일 이상이며, 시장·군수 등은 사업시행자의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30일 이내 인가 여부를 결정하여 사업시행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국토부는 앞서 1.10 대책의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하는 패스트트랙 도입과 이번 촉진법 시행으로 앞으로 재건축 사업 일정이 각각 3년씩 총 6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14∼15년 걸리는 재건축 사업이 8∼9년이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눈여겨볼 주요 정책은 수도권 도심 내 신축을 공급하기 위해 정비사업 기간 단축을 끌어낼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 제정이다"라면서 "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처리,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을 허용하는 등 순차 또는 단계별 처리를 일괄 통합 처리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 개정 등 9월 본격 진행할 관련 법안의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황한솔 피알본 리서치팀장은 "인허가도 줄고 있고, 공급부족 우려로 집값 상승에 대한 지적이 (8.8주택 대책에서)있었는데, 최근 집값이 계속 올라가자 정부에서는 공급을 늘리자는 취지로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이 늘어나는 측면에서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실효성 부문에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여소야대' 형국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기도 어려울 것 같고,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정비사업이 5년 이상 진행되는 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의 집값 상승세는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조합입장에서는 정비사업 분담금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은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다"라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고 재건축·재개발이 속도가 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여전히 쉽지않은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