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의 조선·전력기기 사업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실적을 이끌며 효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 분야는 친환경 규제 등으로 컨테이너선 수주가 폭증하고 있고, 전력기기는 세계 전력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다만 건설기계 분야는 업황이 불확실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일 HD현대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 34조693억원, 영업이익 1조6735억원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조선 부문과 전력기기, 선박 AM(애프터마켓)·디지털 솔루션 사업이 실적을 이끌었다.
조선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매출 6조6155억원, 영업이익 37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1.3%, 영업이익은 428.7% 증가한 실적이다.
전력기기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과 유럽 등 전력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42.7% 늘어난 9169억원을, 영업이익은 257.1% 증가한 21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2.9%를 기록했다.
선박 AM과 디지털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AM 사업 호조세와 디지털솔루션 사업 확대로 매출은 지난해보다 20.2% 늘어난 4379억 원을, 영업이익은 29.6% 늘어난 710억원을 냈다.
■ “조선, 친환경 규제로 컨테이너선 수주 폭증”…선박 개조사업도 긍정적
조선·전력기기·선박AM 등의 이들 사업은 내년에도 호조세를 보이며 그룹의 실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이동헌 연구위원, 이지한 연구원의 HD현대 애널리스트 송년 간담회 질의응답 정리 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 조선사업의 내년 수주잔고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3년6개월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LNG 수출 승인 등 예측하지 못한 수요가 추가될 수 있다”면서 “컨테이너선 수주 폭증과 관련해선 선주들의 풍부한 자금력과 친환경 규제 등으로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HD현대로부터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신조선가 관련해선 환율과 강재가격이 우호적이고 불합리했던 가격조건이 개선됐다”며, “VLGC(대형가스운반선), VLAC(대형암모니아운반선)는 여전히 선가 상향 중”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도 내년에 선박 AM 시장과 디지털솔루션 분야에서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FSRU 리트로핏 사업은 신흥국 위주의 여건, 탄소세 지연 등으로 고객사와 원청의 협의가 길어지고 있지만, 수리조선소 섭외 문제는 없다”며, “내년에는 3~4개의 수주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AM과 디지털솔루션 위주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FSRU는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로, 해상에서 LNG를 저장하고 이를 기체 상태로 변환해 육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선박을 말한다. ‘FSRU 리트로핏’은 기존 LNG 운반선을 FSRU로 개조하는 것을 말하는데, FSRU를 새로 건조하는 것보다 개조 비용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운용할 수 있어서 관련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전력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 전력기기 시장, 내년도 우호적…건설기계,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 전망
전력기기 시장도 긍정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 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을 지켜봐야 하지만 환경은 우호적”이라며 “신규 수주는 올해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캐파(생산능력)나 잔고를 감안하면 많이 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또 “회사는 유럽 비중 확대를 원하나 임의로 지역을 안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중동의 중국산 전력기기 사용 증가로 유럽 비중의 자연스러운 증가를 예상하고 중동은 2026년까지 물량이 채워진 상태”라고 했다.
건설 업황 악화로 건설기계 부문은 내년에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업황의 불확실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어렵고, 하반기부터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