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서울 송파구 재건축 격전지에서 ‘통합 재건축’ 전략을 앞세워 한양3차를 수주했다. 단지 간 연계와 브랜드 경쟁력에 더해,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 확산되는 단독 입찰 추세로 수주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 삼성물산, 경쟁 없이 한양3차 재건축 ‘수의계약 수주’
2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2일 개최된 한양3차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최종 시공사로 확정됐다.
이번 사업은 송파구 방이동 225번지 일대 2만81㎡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3층, 총 6개 동, 507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재건축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약 2595억원 규모다.
삼성물산의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양3차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시공사 선정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두 차례 공고했으나, 삼성물산만이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경쟁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도시정비사업 계약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고, 삼성물산과의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에 이르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및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해야 하며, 경쟁 입찰이 아닌 단독 입찰 및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 경쟁입찰로 재입찰할 수도 있지만, 조합은 삼성물산의 단독 계약을 선택한 것이다.
■ '통합 운영형 재건축' 제안, 조합 선택 받아
삼성물산이 조합의 신뢰를 얻은 배경에는 '통합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제안이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인접한 대림가락 아파트 재건축(857가구) 사업도 수주한 상태로, 두 단지를 실질적으로 하나의 대단지처럼 운영하는 통합 모델을 제안했다.
단지명은 '래미안 비아채'로 통일됐으며, 외관 디자인과 조경, 커뮤니티 시설도 동일한 콘셉트로 계획됐다. 단지 경계를 허물고 입주민들이 하나의 생활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 대규모 단지로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삼성물산 제안 통합단지. 한양3차(오른쪽), 대림가락(왼쪽)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래미안 비아채' 스카이 커뮤니티. (사진=삼성물산)
커뮤니티 시설도 차별화했다. 조합이 요구한 3279㎡보다 약 20% 넓은 3905㎡(약 1181평) 규모로, 기존 11개 프로그램에서 22개 프로그램으로 늘렸다. 스터디룸, 피트니스센터, 프라이빗 미팅룸 등 기능별 특화 공간이 반영됐고, 향후 대림가락 단지와의 공동 운영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기존에 없던 통합 단지 운영이라는 새로운 재건축 모델을 제시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입주민의 주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쟁 입찰' 대신 '단독 입찰' 늘어나는 시장
한양3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경쟁 없는 단독 입찰' 사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경쟁 입찰보다 단독 입찰을 통한 수의계약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2월, 인접한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도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에 선정됐다. 이 사업 역시 857가구, 45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경쟁 없이 시공사가 확정됐다.
같은 시기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총공사비 1조원 이상) 역시 두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과 단독 계약이 이뤄졌으며, 성동구, 용산구의 일부 재개발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서울 시내 30여개 정비사업장 중, 경쟁 입찰이 이뤄진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여의도 한양, 개포 한신, 한남4구역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독 입찰 및 수의계약 구조로 진행됐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입찰에 소극적인 이유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분양가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수주 실패 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몰 비용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무리한 수주 경쟁을 하지 않고 있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는 탈락 시 수십억 원의 설계비와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오는 구조"라며 "최근처럼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분양가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승산이 낮은 사업장에는 애초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클수록 건설사들은 경쟁보다 선별 수주를 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조합, 경쟁입찰보다 수의계약 현실적 전략 선택"
이처럼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리스크를 따져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 속에서, 조합 입장에서도 수의계약을 '차선책'이 아닌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송파 한양3차 조합 역시 통합 재건축이라는 공간 제안,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신뢰, 커뮤니티 시설의 실질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삼성물산의 단독 입찰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재건축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최적의 제안자 1인'을 찾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단독 입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합들은 특정 건설사와의 브랜드 선호, 과거 협력 경험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경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찰을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독 입찰이 조합과 시공사 간 맞춤형 거래가 늘어나는 흐름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