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에는 다양한 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굳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재미있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여러 가지 생활 속 산업 이야기를 풀어내 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최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유류할증료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기름값이 오르면 같이 오르고 반대로 내리면 같이 내려간다. 유류할증료는 전체 항공료에서 대략 10~20% 정도를 차지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휘발유나 경유의 힘으로 움직이듯이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름인 ‘항공유’가 필요하다. 항공유는 날씨, 압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일반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 경유 등과는 차이가 있다.
■ 난방에 사용되는 등유에 정전기 방지제를 넣어 만드는 ‘항공유’
항공유는 휘발유나 경유, LPG, 중유처럼 원유를 증류해서 생산한다. 원유를 CDU(Crude Distillation Unit, 상압증류탑)라는 정제시설에서 끓이게 되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부터 증발한다. 기화된 물질을 냉각 및 포집해 LPG, 휘발유 등과 같은 각종 석유화학 제품으로 분리시킨다.
탄소가 적고 가장 가벼운 LPG가 먼저 생성되며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등 차례로 분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항공유는 휘발성이 너무 높으면 사용 전에 증발해 버리므로 주로 휘발성이 낮은 등유를 가공해 만들어진다. 등유를 SBM(Solid Bed Merox) 공정해 부식을 일으키는 황과 냄새를 유발하는 메르캅탄(Mercaptan)이라는 성분을 제거한 뒤 정전기 방지제 및 빙결 방지제 등의 첨가제를 추가해 항공유인 ‘JET-A1’을 만든다.
난방이나 조리기구에 주로 사용하는 등유와 성분상 큰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등유 유분에 ▲산화방지제 (AO, Anti-Oxidant) ▲부식방지제 (CI, Corrosion Inhibitor) ▲정전기 방지제 (SDA, Static Dissipator Additive) ▲빙결방지제 (FSII, Fuel System Icing Inhibitor) ▲윤활성 향상제 (LI, Lubricity Improver) 등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제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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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급유는 어떻게 할까
항공유는 선박, 송유관(파이프라인), 탱크로리(탱크트럭) 등 총 3가지 방식으로 공항까지 운송한다. 항공유가 대량으로 필요하지 않은 지방 소규모 공항의 경우에는 보통 탱크로리를 이용한다.
각 공항에는 항공유 탱크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데, 탱크로리에 항공유를 싣고 가서 탱크에 급유를 하는 방식이다. 탱크로리 1대에 약 3만2000리터의 항공유를 넣을 수 있는데 항공기 1대를 가득 채우려면 탱크로리가 5대 정도 필요하다.
급유량에 따라 다르지만 항공기는 보통 탱크로리 또는 하이드런트(Hydrant) 시설을 이용해 기름을 넣는다. 탱크로리의 경우 급유 호스와 압력기를 설치해서 급유를 하는데, 탱크로리 1대의 최대 용량은 약 3만2000리터이기 때문에 대형 항공기에 급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량의 항공유가 필요한 대규모 공항에서는 하이드런트 시설을 이용한다. 하이드런트는 계류장 밑 지하 피트에 깔려 있다. 항공기가 서 있는 바닥 아래에 기름을 보관해 직접 급유하는 방식으로, 인천공항 등이 주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항공유는 대부분 날개 내부에 위치한 연료탱크에 보관되므로 날개를 통해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주유하는 항공유의 양은 ‘목적지까지의 거리, 비상시 다른 공항으로 갈 경우의 거리, 30분 동안 공중에서 기다릴 수 있는 시간, 적정량의 예비 10% 등을 고려한 ‘법정 연료(Required fuel)’에 맞게 정해진다.
날개를 통해 연료를 버릴 때도 있다. 착륙 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무게를 ‘최대착륙중량’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긴급 상황으로 회항하는 등의 경우 연료를 버려야 하는데, 이때 배출된 연료가 지상에 닿기 전에 증발되도록 고도 6000피트 이상 정해진 구역에서만 배출할 수 있다.
■ 항공유도 쓰임에 따라 여러 가지
항공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기준이 되는 유분(溜分)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그 중 휘발유를 기반으로 한 항공유를 ‘AV-Gas’라고 한다. ‘AV-Gas’는 항공기 개발 초창기에 많이 사용되어 왔으나 요즘에는 등유를 기반으로 한 ‘JET-A1’이 일반 상용 여객기(일반 민항기)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높은 압력 등 상용 여객기보다 더욱 척박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전투기에는 추가 첨가제를 넣은 ‘JP-8’이라는 항공유를 사용하고 있다.
항공유의 종류는 크게 제트 엔진 항공기에 사용하는 제트 연료(등유 성분), 가솔린 엔진 항공기에 사용하는 항공 가솔린(휘발유 성분)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등유 성분의 제트 연료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JET-A1’라 불리는 케로신 타입은 등유(케로신, Kerosene)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JET-A1’는 저온·저압 상태에서도 연료가 잘 증발해 기포를 형성하기 때문에 압력의 흐름을 제한하는 증기폐쇄 현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쉽게 얼지 않고 연소량과 발열량이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항공기 맞춤형이다.
Wide-cut 타입은 군용 제트기에 주로 사용한다. 제트기는 단시간 내에 고도가 변하므로 외기압력 및 온도의 급격한 저하로 발생하는 연료의 증발현상을 막고, 화재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첨가제를 많이 넣는다. 옥탄가와 납 함유량에 따라 JP-1, 2, 3, 5, 6, 8, JP-TS 등급으로 나뉜다.
Aviation Gasoline은 휘발유에 각종 첨가제를 넣어 만든 항공유로 자동차 가솔린 엔진과 같은 구조의 엔진이 장착돼 있는 경비행기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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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유 다루기
항공기는 엔진 가동 시 압축된 공기를 사용하므로 폭발의 위험이 크다. 반대로 연료가 제대로 연소하지 않으면 비행 중 고장이 날 수 있다. 이처럼 항공유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발생하면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품질 규격 관리가 매우 엄격하다. 현재 항공유는 안전성 관리를 위해 30여 개 이상의 규격이 적용되며 특히 저온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리가 이뤄진다.
항공유 주요 품질 관리 항목으로는 ▲석출점(어는점: 결빙 현상으로 연료계통 막힘 방지) ▲인화점(화재방지를 위해 인화점을 높게 만들고 항공모함 탑재기 연료인 JP-5의 경우 인화점을 60℃ 이상으로 상향 관리) ▲물분리지수(수분 빙결 방지를 위해 주유 전 여러 단계의 필터를 거쳐 수분 제거) ▲황/머캡탄(연료계통 부식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함량에 제약. 황은 연소 시 인체에 유해한 아황산가스로 방출돼 주의 필요) 등이다.
■ 항공유와 유류할증료의 상관관계
항공유가는 정유사와 항공사간의 계약마다 다르지만 국제관례에 따라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지표 MOPS(Mean of Platts Singapore)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항공유가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때 항공 운임에 유류할증료가 부과되는데, 항공유는 원가 비중이 높아 유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별로 매달 유류할증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공권 구매 전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