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가 원유 가격 조정을 위해 협상을 본격화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어 이번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밀크플레이션은 우유값이 아이스크림, 커피, 빵값 등 인상을 불러오는 조짐을 일컫는 말이다.
앞서 양측은 내년 원유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가격 상승 압력을 받는 올해부터 우유 가격이 리터(ℓ)당 3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이날 낙농진흥회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 열어 올해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첫 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원유가격협상위원회는 내년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앞두고 생산비 연동제에 따른 마지막 가격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내년부터는 음용유와 가공유를 나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구조로 가격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원유 가격은 기존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해 원유가격협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생산비 연동제는 최근 1년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내외에서 원유 가격 인상 폭으로 정한다. 2020년과 2021년 원유 생산비가 1ℓ당 52원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은 1ℓ당 47∼58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원유 가격이 1ℓ당 47∼58원 인상되면 우유 가격은 1ℓ당 300~500원가량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통상 소비자 가격에는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반영된다. 일례로 서울우유는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이 21원 오르자 흰 우유 1ℓ 제품 가격을 200원가량 올렸다.
우유 가격 상승은 버터와 치즈, 생크림 등 유가공제품 가격이 인상된다. 아울러 빵과 아이스크림, 커피 등 우유를 사용하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원유 가격 인상폭이 우유값 인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일축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올해 원유값이 오르더라도 우유 가격이 정확히 얼마나 인상될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면서 “우유 가격이 반드시 원유 가격의 약 10배 만큼 오르는 것은 아니며 우유 가격이 원유 가격 인상분 그대로 오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유업체에 가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지시할 순 없다”면서도 “흰 우유 가격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올리더라도 물가에 영향이 적은 가공유 제품 가격을 조정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