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오르고, 지방은 내리고. 아파트값이 지역마다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재건축 기대감과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유지하지만, 지방은 입주물량 부담과 수요 감소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집값 양극화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 재건축·역세권 따라 상승한 서울…선택적 매수세 강세
한국부동산원이 24일 발표한 ‘2025년 4월 3주(4월2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를 기록하며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전세가격은 0.00%로 보합에 머물렀다.
서울 강남 아파트와 빌딩 모습. (사진=연합)
서울은 0.08% 상승하며 2주 연속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강남 3구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의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서초구(0.18%), 송파구(0.18%), 강남구(0.13%)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강북권도 성동구(0.17%), 마포구(0.14%), 용산구(0.13%) 등 핵심지역 위주로 상승폭을 키우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경기도는 -0.01%로 보합권에서 약세를 이어갔다. 과천시(0.28%)와 분당구(0.14%), 수지구(0.14%) 등은 여전히 강세를 보였으나, 평택(-0.14%), 안성(-0.15%), 이천(-0.10%) 등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확대됐다.
인천은 0.00%로 보합을 유지했다. 미추홀구(0.05%)와 부평구(0.04%)는 상승했으나, 연수구(-0.09%)는 신규 입주 영향으로 하락했고, 계양구와 남동구도 하락해 전체 평균 상승을 제한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격 변동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 지방은 입주폭탄·경기 둔화 직격…하락 고착화 조짐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하락하며 지난주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역별로는 하락세가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는 -0.08%로 하락폭이 확대됐고, 광주(-0.09%), 대구(-0.09%)도 전주와 같은 낙폭을 유지하며 하락세가 고착화됐다. 강릉시(-0.21%), 원주시(-0.09%), 봉덕·이천동 등에서는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반면 세종시는 0.23% 상승하며 지방에서 유일하게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고운·다정동 등 정주여건이 좋은 지역 위주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 시장 양극화 왜…지역 따라 엇갈린 ‘수요와 공급’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나타나는 상승과 하락의 극단적인 흐름은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정비사업 추진 기대감과 신축 수요가 맞물리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강남·서초 등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꾸준한 매수 문의와 함께 실거래가 성사되고 있으며, 역세권·대단지·우수 학군을 갖춘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 우려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방은 대규모 입주물량과 경기 둔화, 투자 수요의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평택과 안성을 비롯해 강원, 전남 등에서는 신규 입주물량이 본격화되며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외곽지역과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누적되고 있다. 동시에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도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세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재건축 이주 수요나 학기 개학에 따른 실거주 수요로 인해 전세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지방은 수요 공백과 신축 입주물량의 경쟁 격화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공실률 증가가 눈에 띄며, 전세가격 약세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 간의 수급 차이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뿐 아니라 중장기 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재건축 기대감과 교통, 생활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지방은 매수심리 위축과 입주 부담으로 하락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금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