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 (자료=HDC현대산업개발)
건설업계에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리모델링 사업에서 신규 세대 수를 늘리기 위해 수평·별동 증축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수직증축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수직 증축은 그동안 안전성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건설사에서 연구·개발 끝에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각 건설사의 리모델링 수주 확대 행보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서울 사당동 제일아파트와 일산후곡11, 12단지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목표로 내세웠다.
DL이앤씨가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준공 실적과 함께 수직증축 기술력 확보를 통해서다.
리모델링 사업은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기존 골조를 유지한 상태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서도 리모델링 준공 실적을 따지는 이유다.
DL이앤씨는 과거 국내 첫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인 서울 용강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사원아파트 등을 준공한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사업에서 대표적인 수익성 제고 방안으로 꼽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술 개발 연구에도 꾸준히 매진했다.
특히 DL이앤씨는 올해 포스트텐션(Post-Tension) 하중전이공법'을 리모델링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포스트텐션 하중전이 공법을 활용하면 수직증축 사업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직증축은 기존 리모델링 사업에서 통상적으로 전개된 수평·별동증축에 비해 아파트 층수를 최대 3개층까지 올리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성지아파트(잠실 더샵 루벤) 투시도. (자료=포스코이앤씨)
지난 2014년부터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됐으나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성을 문제로 수직증축에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국내 최초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 계획 승인도 6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왔다. 2020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나선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조합도 리모델링 사업을 섣부르게 추진할 수 없었다. 수직증축이 불가능한 경우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재건축으로 선회를 고심하기도 했다.
DL이앤씨 외에도 다양한 건설사가 본격적으로 수직증축 안전성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4월 27일 강남구청으로부터 대치1차현대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첫 말뚝(파일·Pile)기초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다. 대치1차현대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5층 단지에서 지하3~지상18층 138세대 규모로 탈바꿈한다.
GS건설도 지난해 6월 조직개편을 통해 업계 최초 리모델링 연구조직인 '리모델링 랩(Lab)'을 마련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쌍용건설 컨소시엄(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이 지난 2021년 수주한 가락 쌍용1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수직증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공사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원활한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수직증축에 이어 내력벽 철거 문제에 대한 안전성까지 해결된다면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인다면 신규 주택공급이 확대돼 주민들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1기 신도시 특별법과 함께 리모델링 규제 완화 논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력벽 철거나 수직증축 규제 완화가 되더라도 어쨌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차원에서 공사가 진행돼야 하므로 이와 관련한 연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