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이 선정됐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나 MSC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춘 초대형 국적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까지 산 넘어 산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구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해운업황도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각에선 하림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산은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하림 “본계약 체결까지 완주” 19일 HMM의 채권단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의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향후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은 산은 등 채권단이 보유한 HMM 지분 약 3억9879만주(57.9%)를 인수에 나선다. 인수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약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팬오션과 8년 전 하림의 팬오션을 인수할 때 공동인수에 나섰던 JKL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섰다. 호반그룹도 팬오션이 발행 예정인 영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전날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 체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측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와 국내 1위 벌크선사(팬오션)를 모두 갖게 된다. ■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협상 여지 남았나…산은·하림, 명확한 입장 피해 하림 측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조건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설지는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산은이나 하림 측은 협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할 뿐, 명확히 협상 조건으로 다루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23일 본계약이 시작된 이후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배당금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경쟁 후보인 동원그룹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높은 금액을 쓸 수 있었다며 반발하는 사안이다.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요구를 철회했는지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구체적인 입찰 금액이나 거래 조건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협상 조건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요구 철회’가 “저희쪽에서 말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입찰자가 제안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향후 협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말해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에 대해 산은과 하림이 명확히 불가하다거나 철회했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하림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대의 잔여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산은 측에 요구했다. 매각 대상 HMM 지분율은 57.9%인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HMM 지분율은 38.9%로 줄어든다. 하림의 요구대로 이를 유예할 경우 약 20%의 지분율만큼 배당을 더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예기간 3년간 약 2850억원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매각 측 입장에선 HMM 배당을 3년간 포기하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하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와…무리한 인수 금액 부담·해운경기도 침체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무리한 인수 금액 부담에 더해 해운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자산 규모가 17조910억원인데 비해 인수하려는 HMM은 25조8000억원이다. 하림보다 HMM의 자산규모가 약 1.5배 크다. 본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자산 규모는 43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자산 규모 순으로 재계 27위에서 단숨에 13위로 오르게 된다. 이는 CJ그룹의 자산 규모 40조7000억원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조원이 넘는 인수 금액이 하림에게는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라는 업계의 지적이 제기된다.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를 통한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해보려는 복심을 드러낸 점도 이를 증명한다. 더구나 경기 침체와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으로 해운업계 불황도 극복해야 한다.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가 크게 감소하면서 이익도 크게 줄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손익분기점인 1TEU당 1000달러를 올해 내내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1TEU당 5000달러에 이르렀지만, 5분의 1로 줄어든 것. 이 때문에 HMM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004억원보다 97% 감소했다.

하림, HMM 인수까지 산넘어 산…'승자의 저주' 우려도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협상 여부 주목…무리한 투자금·해운 불황 극복 과제

손기호 기자 승인 2023.12.19 14:04 | 최종 수정 2023.12.19 15:26 의견 0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이 선정됐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인수에 성공하면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나 MSC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춘 초대형 국적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까지 산 넘어 산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구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해운업황도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각에선 하림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산은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하림 “본계약 체결까지 완주”

19일 HMM의 채권단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의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향후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은 산은 등 채권단이 보유한 HMM 지분 약 3억9879만주(57.9%)를 인수에 나선다. 인수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약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팬오션과 8년 전 하림의 팬오션을 인수할 때 공동인수에 나섰던 JKL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섰다. 호반그룹도 팬오션이 발행 예정인 영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전날 밤 HMM 경영권 매도인 측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계약 체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측이 HMM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와 국내 1위 벌크선사(팬오션)를 모두 갖게 된다.

■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협상 여지 남았나…산은·하림, 명확한 입장 피해

하림 측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조건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협상에 나설지는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산은이나 하림 측은 협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할 뿐, 명확히 협상 조건으로 다루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23일 본계약이 시작된 이후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배당금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경쟁 후보인 동원그룹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높은 금액을 쓸 수 있었다며 반발하는 사안이다.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요구를 철회했는지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구체적인 입찰 금액이나 거래 조건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협상 조건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요구 철회’가 “저희쪽에서 말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입찰자가 제안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향후 협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말해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에 대해 산은과 하림이 명확히 불가하다거나 철회했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하림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대의 잔여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산은 측에 요구했다. 매각 대상 HMM 지분율은 57.9%인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HMM 지분율은 38.9%로 줄어든다.

하림의 요구대로 이를 유예할 경우 약 20%의 지분율만큼 배당을 더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예기간 3년간 약 2850억원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매각 측 입장에선 HMM 배당을 3년간 포기하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하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와…무리한 인수 금액 부담·해운경기도 침체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무리한 인수 금액 부담에 더해 해운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자산 규모가 17조910억원인데 비해 인수하려는 HMM은 25조8000억원이다. 하림보다 HMM의 자산규모가 약 1.5배 크다. 본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자산 규모는 43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자산 규모 순으로 재계 27위에서 단숨에 13위로 오르게 된다. 이는 CJ그룹의 자산 규모 40조7000억원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조원이 넘는 인수 금액이 하림에게는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라는 업계의 지적이 제기된다.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를 통한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해보려는 복심을 드러낸 점도 이를 증명한다.

더구나 경기 침체와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으로 해운업계 불황도 극복해야 한다.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가 크게 감소하면서 이익도 크게 줄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손익분기점인 1TEU당 1000달러를 올해 내내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1TEU당 5000달러에 이르렀지만, 5분의 1로 줄어든 것. 이 때문에 HMM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004억원보다 9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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