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 인수를 놓고 동원과 하림이 맞대결을 벌인다. 매각자인 산업은행이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어 유찰 가능성이 나왔지만, 막판에 두 회사가 본입찰에 나섰다.
우선협상자는 이르면 이번주에 결정될 예정이다. 높은 인수가를 써낸 곳이 유리하지만 정성평가도 우선협상자 선정에 중요한 요소다. 이에 어느 기업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7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동원과 하림이 본입찰에 응했고 LX인터내셔널은 나서지 않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적격인수후보자 세 곳 중 한 곳만 입찰을 할 경우 유찰되지만, 두 곳이 본입찰에 진행했기 때문에 유효 경쟁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가능하면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려면 1~2주가 소요된다”면서 “협의를 거쳐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동원과 하림은 HMM을 인수했을 때 자신들의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동원은 육상과 해상까지 아우르는 종합 물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인수 주체도 바꿨다. 당초 지주사인 동원산업을 내세웠지만, 막판에 동원로엑스로 바꿨다. 동원로엑스는 육상 물류사업을 하는 회사다. HMM과 육상부터 해상 물류까지 사업 시너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동원은 자기자본비율이 하림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재무적투자자의 손을 잡지 않았기 때문. 동원산업이 동원로엑스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전환사채 발행, 서울 서초구 사옥 매각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동원산업은 실사 기간에 공시를 통해 스타키스트 전환사채 발행 관련 “인수자금조달 관련해 자회사 CB(전환사채) 발행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 진행 중이고,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강한 인수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림은 팬오션을 앞세워 해운 사업에서 시너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림은 지난 2015년에 팬오션을 인수한 이후 해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팬오션은 화물 전용 벌크선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HMM 인수를 통해 컨테이너선까지 아우를 수 있게 된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해운 운송부터 식품제조, 물류까지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고 인수 의지를 나타냈다.
하림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공동인수에 나선다. JKL파트너스는 팬오션 인수 당시에도 하림과 함께 했다. 특히 JKL파트너스에는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NS홈쇼핑 이사가 시니어매니저(수석운용역)로 근무하고 있다. 호반그룹도 하림이 발행할 예정인 영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HMM 컨테이너 (사진=HMM)
문제는 자금력이다. 두 그룹이 적어낸 희망가가 산은의 매각 예정가격을 넘지 않으면 유찰될 수도 있다. HMM의 매각가는 최소 6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6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7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동원과 하림 모두 6조원대의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둘 중 한 곳은 6조원 중반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