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가 지난해 FEED(기본설계)에 착수한 말레이 사라왁 청정수소 프로젝트 조감도. (자료=삼성E&A)
중동 중심으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연거푸 따냈던 'K-건설'이 반환점을 앞두고 쉼표를 찍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400억 달러 목표에는 여전히 절반도 채우지 못했으나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주고를 쌓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동 지역과 더불어 아시아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이 나온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건설 월간 수주액은 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월에 중동에서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76억9000만 달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94.4%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달 주요 수주 프로젝트는 중동과 아시아에서 나왔다. 한국서부발전이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의 아즈반 1500MW 태양광 발전 개발사업(1억9000만 달러)을 따냈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에서 KT&G 생산공장 신축공사(1억7000만 달러)를 품었다.
수주 실적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36억4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 가량 늘었으나 올해 목표로 한 400억 달러에는 34%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대부분의 해외 건설 수주는 중동에 집중됐다. 중동에서만 99억8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쌓았다. 전체 수주액의 73.2% 가량이 중동에서 나온 셈이다. 이외에는 북미·태평양(15억3000만 달러)과 아시아(14억9000만 달러)가 각각 11.2%, 11.0%의 비중을 나타냈다.
하반기에도 중동에서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 입찰 결과가 예고된 만큼 해당 지역에서의 수주 결과가 전체 수주액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아시아 지역에서도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과 가스 플랜트 사업에 대한 수주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하반기 수주를 주도할 건설사는 삼성E&A가 꼽힌다. 삼성E&A는 올해 수주 가이던스로 12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약 8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이미 쌓았으나 여전히 4조원 이상의 수주가 기대된다.
현대건설도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으로 11조8010억원을 제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기준 해외수주로 4조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도 목표 수주액 도달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양 사의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고 있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필리핀 교량 9억 달러와 사우디 NEC 6억 달러,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2억 달러 규모 2~3건 등이 있어 연내 수주 가이던스 달성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경원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삼성E&A는 인도네시아 TPPI, 말레이시아 OGP2, 사우디 San-6 등 하반기에도 화공 파이프라인이 풍부하다"며 "수주 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목표액인 300억 달러 달성이 초반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결국 하반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연거푸 따내며 달성했다"며 "올해도 일부 입찰 결과가 연기된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어 목표액 달성 여부를 지금 시점에서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