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심상찮은 서울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및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신축 비(非)아파트를 대규모로 매입한 뒤 공급해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
정부는 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 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면서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21만호 이상을 추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 그린벨트 해제 카드 꺼낸 정부, 연내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한다
정부는 선호도가 높은 서울 및 수도권 우수입지에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 가구 공급이 가능한 신규택지 후보지를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1월에 5만 가구 규모를 우선적으로 발표하고 내년에는 3만가구를 추가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지역은 1만가구 이상이다. 신규택지 발표에 따른 투기수요가 우려되는 만큼 신규택지 발표까지는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 지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적으로 지정한다.
더불어 공공택지 이용 효율화로 2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한다. 사업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수도권 택지 등에서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 3기 신도시 등 3만 가구의 공급 물량을 2만 가구 이상 추가로 확보한다.
■ 재건축·재개발 속도 높이고 재건축부담금 제도 폐지
공급 규모를 늘리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에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높인다. 현 정비사업 추진 대상 사업지를 최대한 지원하고 시작단계에서 정체된 사업장들을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과감히푼다. 지난 1월 안전진단 완화에 이어 이번에는 사업절차를 통합키로 했다
공급 계획이 이미 확정된 21만 7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공급 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 제정에 나선다. 이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 가량 앞당기고 서울 도심 등 17만6000가구의 주택을 조기 착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은 사업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수립하는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제고하는 게 골자다.
또 임대주택 비율은 사업성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낮추고 건축물 높이제한과 공원녹지 확보기준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화가 가능하도록 한다. 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 총회의 전자의결 방식(온라인 총회·투표)을 허용한다.
전용 85㎡ 이하 주택 공급의무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그동안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제도적 도입 취지와 달리 공급을 위축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 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수도권 공공택지 조기 착공 위해 22조 규모 미분양 매입확약 제공
수도권 공공택지에 내년까지 착공한 미분양 주택을 LH(한국토지공사)가 매입한다.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해 착공 속도를 높이겠다는 거다. 적용 대상은 수도권 3만 6000가구다.
LH는 매입 물량을 공공주택(뉴:홈 선택형)으로 공급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 해당 주택은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LH는 이달 중으로 희망업체 신청을 받은 후 매입 약정을 체결한 뒤 해당 단지에 대한 착공 관리에 들어간다.
청약 조기화를 위해 후분양 조건부 공공택지의 선분양도 허용한다. 이를 통해 최대 1년 6개월 내외 분양 시기 조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 2022년 이후 발표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5곳(총 14만5000가구)에 대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마치도록 추진한다.
■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시동…신축매입임대 공급 늘리고 세제혜택 확대
비아파트 시장의 정상화에도 시동을 건다. 그동안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 회복을 이끌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빌라 등 비아파트 11만 가구 이상을 신축매입임대로 공급한다. 정부는 공공 신축매입 11만가구 중 최소 5만가구를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으로 시장에 공급한다.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LH 내 수도권 신축매입 총괄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절차 개선을 통해 약정체결 기간은 7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서울은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으로 공급해 신·구축을 포함한 비아파트 매입임대 총 규모를 종전 계획 12만 가구에서 최소 16만 가구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아파트 관련 세제혜택도 늘린다.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산정 시 이를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 적용 기간을 2025년 말에서 2027년 말까지로 2년 연장한다.
비아파트 구입자가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위도 확대한다.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등록임대사업의 대상과 범위도 넓힌다. 1가구만으로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등록임대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1주택자가 소형 비아파트를 구입해 6년 단기임대등록하면 세금 부과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 일몰 기한도 올해 말에서 2027년 말로 3년 연장된다.
■ 대규모 공급에 따른 시장 안정화 효과는 '물음표'
정부의 이 같은 대규모 공급 계획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안정 효과를 놓고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일부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정책 추진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올해 인허가가 급감한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을 통해 전세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면에서 일정 부분 정책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그러면서도 "인구감소지역 내 1채의 주택(공시가격 4억원 이하) 취득 시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지방 세컨즈 홈‘ 구입정책이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방보다는 생활인구와 임대차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신축 비아파트를 사려는 수요로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및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 개정 관련해서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고 하는 부분은 주목할만 하다"면서도 "9월에 본격적으로 진행할 관련 법안의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은 결국 강남권에서 가능할 전망인데 거기서 공급되는 물량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울 전역의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8.8 주택공급 확대계획. (그래픽=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