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내정자,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이사,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이사, 정경구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각 사)
10대 건설사 중 절반이 넘는 곳에서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올해 순항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안정을 이뤄낸 롯데건설은 무풍지대로 남았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여섯 곳이 올해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SK에코플랜트·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대표 교체에 나선 건설사 다수가 '재무통'을 새 얼굴로 내세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 정경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사장 승진 발령했다. 정 신임 대표는 2018년에 HDC현대산업개발 경영기획본부장, 2020년부터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후 2022년부터 지주사인 HDC 대표로 그룹의 신사업 및 M&A를 이끌다가 3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에 돌아왔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달 15일 현대차그룹 대표 '재무통' 주우정 사장을 신임 대표로 맞았다. 주 신임 대표는 기아재경본부장으로 활약하며 기아의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에 SK E&S CFO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일찌감치 인적 쇄신에 나섰다. 김 사장 체제에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전체 임원의 23%를 감축하는 조기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체제를 본격화 한다. 새 대표이사로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내정했다. 김 대표이사 내정자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는 처남·매제 사이로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기도 했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백정완 대표는 이달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공식 사임할 예정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사진=삼성물산)
■ '주택통'이 운전하는 현대건설·DL이앤씨, 삼성물산·롯데건설은 기존 대표 체제 유지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운전대는 '주택통'이 잡았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5일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을 부사장 승진 발령하며 새 대표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70년생으로 2018년 주택지원실장, 이듬해엔 건축주택지원실장 상무을 맡았다. 이후 2021년엔 전략기업사업부장을 거친 뒤 2022년 말에 전무로 승진해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DL이앤씨의 새 대표로는 지난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이 취임했다. DL이앤씨가 건설사 출신 대표를 세운 건 지난 2021년 대림산업에서 분사 이후 처음이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주요 건설사의 대표 이사 교체 바람 속에서도 무풍지대로 남았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4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됐다. 삼성물산이 별도 사단장 인사를 내지 않았다. 오 대표 체제에서 삼성물산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하면서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건설도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를 유지한다. 박 대표는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22년 12월에 취임한 이후 회사의 안정화와 함께 실적 반등도 이끌었다. 롯데건설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6조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다. 부채비율은 9월말 기준 217.1%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21.3%포인트(p) 낮아졌다.
GS건설은 허윤홍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포스코이앤씨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전중선 사장의 연임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전반적인 주택 공급 감소 등으로 건설사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사가 위기 관리와 수익성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할 것"이라며 "재무통이 다수 포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