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사진=한화오션)
■ EU반대로 현대중공업 인수 무산···한화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두고 벌인 진흙탕 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최종 사업권 획득을 향한 양 사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과 한화의 자존심 대결은 2008년 시작됐다. HD현대중공업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협상에서 한화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넘겨줬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조선사업 경험이 전무한 한화보다 유리한 입장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뒤집고 패했다.
이후 한화의 인수 실패로 다시 기회가 찾아왔지만 3년의 기다림 끝에 결국 EU(유럽연합)의 합병 반대로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2022년 한화그룹에 통매각됐다. M&A 과정에서 한화는 외국 모든 경쟁당국의 승인을 빠르게 받은 반면,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가장 늦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경쟁자 등장을 경계한 HD현대중공업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KDDX 군사기밀 유출한 HD현대중 직원, 8명 유죄 인정
KDDX을 둘러 싼 대립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HD현대중공업 관계자와 전직 해군 간부 등이 KDDX 관련 기밀을 주고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청은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과 해당 사건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제안서 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0.056점이라는 근소한 평가점수로 밀린 한화오션은 "불법으로 취득한 설계자료를 제안서에 활용해 입찰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취득한 자료가 입찰에 활용됐는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넘겨졌던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 중 8명은 유죄가 확정됐다.
불법 수집된 군사기밀이 자체 서버를 통해 관리되고 있었음이 판결문을 통해 알려지자 한화오션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화오션 측은 "단순히 개인의 범죄가 아닌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개입을 의심한다"며 방산업체 지정 취소까지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그에 대한 패널티(1.8점 감점)를 이미 받아 KDDX 사업권 입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사는 쌍방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 KDDX 사업서 빠져야 vs 이미 패널티 받아
지난해 11월 양측의 공방전은 한화오션의 선 고소 취하로 일단락됐다. 이어 HD현대중공업도 취하로 답했다. 업계에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브로맨스가 크게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물 밑 신경전은 여전하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대우조선해양),기본설계(HD현대중공업),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게 관행이나 과거 유출된 군사기밀이 KDDX 관련 내용인 만큼 해당 사업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자격이 문제다. 한화오션은 남은 모든 절차가 경쟁입찰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가 관행대로 선도함의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부가 이례적으로 복수업체를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최종 사업자가 되기 위한 두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