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R-1'. (사진=딥시크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가 개인정보보호 위반 논란으로 인해 국내 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 '딥시크'는 보안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사용이 제한된 상태다. 그럼에도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 패권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6일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국내에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딥시크' 이용자의 정보가 중국 기업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낸스로 넘어간 것이 서비스 중단의 원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선·보완이 이뤄진 뒤 서비스가 재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호주 등 주요 국가는 이달 초 보안 위험을 이유로 모든 정부기관에서 '딥시크'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도 앱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여기에 미국 하원은 지난 6일 모든 전자기기에서 '딥시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규 법안을 발의했다. 사용 제한 조치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 위함이다.
'딥시크'는 지난 1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선보인 생성형 AI 추론 모델 '딥시크 R1'을 의미한다. 오픈AI의 '챗GPT' 등 최상위 AI 모델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의 적은 금액으로 개발돼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만 '딥시크'의 여파는 보안 위협에 '3일천하'로 끝났지만, 그럼에도 가성비 AI 모델의 개발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업계에 새 돌파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천문학적인 개발비 없이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수 있게 된 만큼, 중소규모 AI 스타트업들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한 미국 글로벌 빅테크들도 연이어 신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8일 자신의 AI기업 xAI에서 개발한 신규 AI 챗봇 모델 '그록3'를 시연했다. '그록3'는 xAI의 콜로서스 슈퍼컴퓨터로 개발됐으며,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개를 활용했다. 훈련 기간은 총 2억 시간이다.
머스크 CEO에 따르면 '그록3'는 GPT-4o(오픈AI), 클로드 3.5 소네트(앤트로픽), V3(딥시크) 등 경쟁 모델에 비해 수학, 과학, 코딩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성능을 겸비했다. 그는 "'그록3'는 환각 현상을 스스로 줄일 수 있다"며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 또한 근시일 내 '챗GPT'의 최신 버전인 'GPT-4.5'를 출시하고 연내 AI 통합모델 '챗GPT-5'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딥시크 R1'이나 '그록3'과 같이 자사의 개발 방향성을 기존의 폐쇄형에서 오픈소스로 바꿀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오픈AI는 우선 연내 최신 소형 모델 등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AI 패권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AI 생태계는 아직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선보인 초거대 AI모델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LG '엑사원', 엔씨소프트 '바르코', KT '믿음', 삼성전자 '삼성 가우드' 등 14개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22개의 모델이 발표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8일 국회도서관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바람직한 AI 정책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해당 토론회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도로 진행됐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딥시크가 AI 패권 경쟁을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픈AI와 메타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던 생성형 AI 시장에 딥시크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AI 규제와 진흥 중 우선 진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의 규제는 유지하되 ▲공공데이터 개방 ▲AI 데이터 샌드박스 도입 ▲AI 과학자 선발 정책 등 적극적인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 센터장은 "우리나라에도 수준 높은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충분히 있다"며 "국가 전체 AI 전략을 수립 집행할 거버넌스를 고도화하고,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