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가 잇따른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목숨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산재의 근본 원인"이라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정부는 해당 건설사에 면허 취소,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은 전례 없는 작업 중단과 임원 사의 표명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건설업계는 "고령자, 외국인, 일용직 등 취약 노동자에 대한 현실적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모습. (사진=연합)

■ 반복되는 사고에… 대통령 "하도급 구조부터 손봐야"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는 반복적인 하도급 구조로 인해 공사비가 하락한 결과"라며 "공사비가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 안전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목숨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산업재해의 본질"이라며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의 인명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비용 문제로 미루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법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재 공시제 도입, 작업중지권 사전행사 가능, 산재보상 국가책임제 등 제도 개선안도 제시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경고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에만 아파트, 고속도로, 철도 현장에서 4건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8월 초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30대 이주 노동자가 감전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최근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하지만 앞서 김해·대구 등지에서도 장비 끼임, 추락, 심정지 등으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DL건설도 같은 달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하청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은 사고 직후 "산재 사망은 대통령에게 즉시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DL건설은 전국 124개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본사 차원에서도 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에 착수했다.

■ 사고 난 건설사, 정말 하청업체 잘 못 챙겼나

사고가 난 DL건설은 하청 기업들에 대한 안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었나. DL이앤씨와 DL건설은 협력사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고가 장비인 GNSS 굴착기를 무상 지원한다든지 협력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술·경영·안전 통합 교육을 정기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신규 협력업체 상시 품질 평가와 사전점검 제도, 본사와 현장의 리스크 순회 점검 체계로 하청 안전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근로자의 자발적인 안전 제보를 유도하는 제도도 있다. 이는 'D-세이프코인' 제도로 근로자가 위험요소를 제보하거나 개선을 제안하면 최대 하루 5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포인트는 카카오페이 머니로 전환해 실사용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실제로 부상재해를 전년 대비 40% 이상 줄이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보하게 되면 현장과 본사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림이 전송되고 즉시 작업중지나 시정조치가 이뤄진다. DL이앤씨는 "신고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향후 의사결정까지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DL이앤씨, DL건설은 현장 근로자의 자발적인 안전 제보를 유도하는 'D-세이프코인' 제도를 통해 근로자가 위험요소를 제보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 건설사 다수 하청의 구조적 한계에 외국인·고령자 문제도…"번역기로 통역 수준"

그럼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 건설업계는 원청에 하청을 주는 업체들은 도장, 창호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하고 일용직과 외국인, 고령 노동자로 구성된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하청 업체들이 있고, 인력들도 일용직으로 계속 바뀌거나 외국인이나 고령자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 중견사들은 재정적 여유도 제한적인 만큼 안전 관련 인력과 설비에 대한 투자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분도 계속 건설 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설현장 사망자 10명 중 4명은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전체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의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현장에선 고령자와 외국인 인력의 비중이 높을수록 안전관리 부담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작업 관행이 달라 안전수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통역을 붙이는 것으로도 한계가 있고, 통역이 없을 경우 휴대폰 번역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정부 입찰 제한 등 법적 제재 강화…"안전교육해도 뒤돌아서면 안전모 벗어" 토로

정부는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대해 '징벌적 행정조치'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반복되는 건설사에 대해 입찰 제한, 면허 취소, 과징금 부과, 현장 폐쇄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특히 올해 중대재해가 3건 이상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특별 감독과 감사를 집중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도 종합심사낙찰제 개편, 안전인증과의 연계 평가 등을 통해 입찰 과정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중대재해 유발 기업은 공공공사 수주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제도적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자,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 중심의 건설현장에서는 안전 교육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교육 효과에도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교육을 반복해도,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벗거나 지시를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외국인은 언어 장벽, 고령자는 체력과 반응 속도의 한계가 있어, 실제로는 교육이 현장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정 위반자에게 패널티를 주거나 출입을 막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