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중흥건설그룹 품에서 새 출발을 알렸으나 시작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올렸던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아직까지 수주 낭보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대우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전무하다. 지난해 1분기에만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7366억원을 확보하며 매섭게 수주 실적을 쌓았던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대우건설의 향후 수주가 유력한 사업지는 서초아남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서울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 등이 있다. 서초아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추정 공사비는 600억원으로 규모가 작으며 서울 대치2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컨소시엄 입찰이다. 두 사업지 모두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대우건설의 마수걸이 수주는 상반기에 해당 사업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올해 대우건설이 노리는 주요 정비사업지로는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신길우성2차 재건축 사업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경기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 등이 있다.
다만 해당 사업지 모두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경쟁이 예고돼 수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만을 보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의 수주 실적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아쉬움이 커진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각각 1조8919억원, 1조6636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1분기만에 도시정비사업 '1조 클럽'에 가입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 외에도 국토부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의 건설사 중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주 실적을 올렸다.
국토부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의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올해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가 없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0년에도 1분기에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해 대우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8729억원에 그쳤다.
연초 도시정비사업 수주 기세가 좋았던 지난 2017년에 대우건설은 2조87800억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그해 1분기 수주액은 1조720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도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7000억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쌓은 뒤 최종적으로는 3조8892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액을 올렸다.
올해 대우건설이 내세운 전체 신규 수주액 목표는 12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기록한 신규 수주액은 11조830억원으로 도시정비사업 부문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신규 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에도 탄력이 붙을 필요성이 있다.
다만 대우건설은 수주 시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수주 목표 달성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가 좀 늘면서 전체적으로 수주 실적을 지난해보다 올려야하겠지만 코로나19 등 외부적인 변수로 수주 시기는 언제든 밀릴 수 있어 수주 시점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공동주택 브랜드인 '푸르지오'와 '푸르지오 써밋'에 대한 가치하락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실적 문제 외에도 공동주택 브랜드 가치 입증을 위해서라도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수주가 필요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흥이 독자 경영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한다고 해도 서울정비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여론을 잠재우려면 결과로 증명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