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삭’ 출시 기념 팝업스토어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배우들. 사진=김성준 기자
#.“진짜 위스키를 만나보시겠습니까?” 서울 가로수길 한복판, 중절모를 쓴 신사가 은근히 물어온다. 함께 선 숙녀도 “함께 리얼 맥코이를 찾아봐요”라며 부추긴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항구 선착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복도가 이어진다. 뒤에서는 큰 소리로 “승선하십니다!”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27일 저녁, 서울 가로수길 한편에 자리 잡은 ‘커티삭’ 팝업스토어 앞에서는 1920년대에 어울리는 복장을 차려입은 배우들이 직접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커티삭(Cutty Sark)’이 미국에서 금주령이 한참이던 시기에 탄생한 위스키인 만큼, 팝업스토어 내부도 위스키 모티브가 된 범선 ‘커티삭’을 형상화한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을 유인했다.
이곳은 바로 하이트진로의 ‘커티삭’ 팝업스토어. 하이트진로는 유명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 ‘커티삭’과 유통계약을 맺고, 이를 기념해 25일부터 12월3일까지 서울 가로수길 에어드랍스페이스에서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 커티삭은 19세기에 건조된 범선 ‘커티삭’을 모티브로,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탄생한 위스키다. 가짜 위스키가 만연했던 당시 진품만을 취급했던 선장 ‘윌리엄 맥코이’가 유통하면서 유명해졌다.
입구 뒤편으로 선착장처럼 꾸며진 복도를 지나면 ‘탑승 수속’을 밟는 공간이 나타난다. 여권을 닮은 미션지를 받아들면 본격적으로 진짜 위스키, ‘리얼 맥코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이머시브(immersive) 콘셉트’로 방문객이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방식이 적용됐다. NPC(논-플레이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소통하며 ‘리얼 맥코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리얼 맥코이’를 찾아서 1920년대로
입구 뒤편 선착장으로 꾸며진 복도(왼쪽)와 퀘스트에 대해 설명하는 NPC(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본격적인 미션은 건물 2층에 올라서며 시작된다. 첫번째 방에 들어서면 NPC가 상황극을 통해 방문객이 수행할 역할을 설명한다. 방문객은 ‘위스키를 밀수하는 범선’에 승선해 진짜 ‘맥코이 선장’을 만나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짜 위스키가 만연하던 금주령 시기, 진품 위스키만을 취급했던 선장 ‘윌리엄 맥코이’에 대한 오마쥬다. 방을 나서면 다섯 개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두번째 방에서는 첫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커티삭’을 구상한 ‘제임스 맥베이’ 역을 맡은 배우가 커티삭이 탄생하게 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대항해시대 선원들의 도전정신을 담은 문구 “우리의 행동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한다(Our action define who we are)’와 ‘커티삭’의 이름, 그리고 ‘커티삭’의 라벨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배우의 열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퀘스트의 힌트가 이야기 속에 담긴 만큼 배우의 말을 흘려들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NPC 연기에 몰입한 배우를 아무리 채근해도 힌트를 직접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는 두 번째 방, 세 번째 방, 네 번째 방과 선장실. 사진=김성준 기자
두번째 방에서 ‘커티삭’의 브랜드 역사를 체험했다면, 세번째 방에서는 ‘커티삭’이 가진 특징에 대해 접하게 된다. 범선 선창으로 꾸며진 공간에는 ‘커티삭’이 담긴 캐스크가 쌓여 있다. 선창을 맡은 NPC인 ‘게으른 제인’이 빼먹은 청소를 대신하고, 반강제로 ‘아름다운 제인’을 3번 외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도 배우들의 역할극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맥코이 선장을 찾는 방문객’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다음 방에서는 금주법 시기 은밀하게 위스키를 거래하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암호인 ‘리얼 맥코이’를 크게 외치면 갑자기 벽면에서 비밀문이 열린다. 숨겨진 공간에 들어서면 마지막 퀘스트와 함께 ‘커티삭’ 한잔을 시음할 수 있다.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면 이제 ‘맥코이 선장’을 만나러 갈 차례다. 선장을 만나 퀘스트가 완성된 노트를 전달하면 범선 모양 확인 도장을 쾅 찍어준다. 파티에서 커티삭 하이볼을 받을 수 있는 드링크 쿠폰과 함께 소소한 굿즈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파티장이 있는 건물 5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는 여러 종류의 게임이 준비된 플레이존이 있다. 다트에서부터 각종 보드게임, 비디오 게임 등이 구비됐다. 다양한 게임을 통해 ‘선원’과 ‘추가 쿠폰’이 걸린 내기도 펼칠 수 있다. 쿠폰을 들고 5층으로 올라서면 크루즈 파티 콘셉트로 꾸며진 파티장이 나타난다. 커티삭 오리지널 및 프로히비션과 이를 활용한 하이볼, 칵테일 등을 곁들인 선상 파티를 만끽할 수 있다.
◆밀도 높은 체험으로 젊은 소비자 적극 공략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존(왼쪽)과 커티삭 하이볼 및 칵테일 등을 판매하는 파티장(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국내에서 이머시브 콘셉트가 적용된 팝업스토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정도만 시도했을 정도로 희소한 개념이다. 하이트진로는 몰입감 높은 일련의 체험을 높은 퀄리티로 구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NPC 역할을 맡을 배우들도 모두 실제 극단과 계약해 섭외했는데 주말에는 배우만 40여명이 참여할 정도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티삭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만큼, 퀄리티 높은 체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커티삭의 브랜드 역사와 간략한 특징에 대해 체득하게 된다”면서 “체험을 마친 후 누군가 커티삭에 대해 물어보면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배경 지식을 얻게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첫 주말에만 7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실제 방문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이날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20대 A씨는 “배우들의 연기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하다 보니 재미있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면서 “하이볼이 아닌 위스키 그대로를 마셔보는 것은 처음인데 소주 같은 쓴맛이 없어서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20대 B씨도 “상황극이 낯설었지만 배우들이 잘 이끌어줘서 현실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팝업스토어의 강점을 살려 광고로는 전달할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이 확실히 자리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마침 올해 100주년을 맞은 커티삭을 내년에 100주년을 맞이하는 하이트진로가 출시하는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커티삭’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주류 포트폴리오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본인이 원하는 술을 선택해서 마시는 등 변화하는 주류 음용 트렌드에 맞춰 다양해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종합주류기업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