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이 주목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재무 역량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엿볼 수 있어서다.
■ 현대차, 전기·수소차·SW 강화 전문성·재무역량 확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장재훈 사장과 이동석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지난해 현대차에 새로 합류한 이승조 전무가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앞서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서강현 사장이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옮겨가면서, 이승조 전무가 후임으로 내정됐다. 이승조 전무는 현대차에서 경영관리실장, 재무관리실장일 비롯해 그룹감사실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재경사업부장으로 근무한 재무통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경쟁력 강화와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전환, 전기 및 수소 에너지 사업의 구체화와 관련 생태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차의 사외이사는 임기를 마치는 심달훈 사외이사와 이지윤 사외이사 모두 재선임된다. 심 사외이사는 국세청 출신의 회계 전문가다.
특히 이 사외이사는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로서 지난 2021년 현대차 최초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지능형 교통시스템이나 도심항공교통(UAM) 자율무인시스템 전문가다.
■ 기아, 포브스 선정 여성 재무전문가 영입
기아는 지난 15일 제80기 주주총회를 마쳤다. 기아는 이인경 MBK파트너스 CFO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 부사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창립 멤버로, 30년 가까이 자본시장 경력을 쌓았다.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 CFO, MBK 파트너스 CFO를 역임하고 네파에서 감사 활동을 진행했다. 2021년에는 포브스가 선정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 20인’에 포함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는 이 부사장을 영입하며 ‘자본시장 및 전략투자 분야 전문가’로서 조언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밖에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날 주총에서 송호성 사장은 “기아를 EV(전기차) 티어1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면서 “사업 전반의 트랜스포메이션(변화)과 고객 중심 브랜드 전환 가속화,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비스, AMD·테슬라·구글 출신 선임…반도체·SW 역량 강화
현대모비스는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케네스 위텍 텐스토렌트 최고전략책임자(COO)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위텍 후보자는 AMD, 테슬라, 사이파이브, 구글 등을 거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갖춘 인물이다.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스타트 기업으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해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과거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흡수하고 차량용 반도체 개발 기술 내재화를 위한 자문과 협업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는 위텍 후보자에 대해 “AI, SW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고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의 향후 비전을 실행해 나가는 데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사내이사 후보자로는 박기태 현대모비스 전무를 추천했다. 그는 세무팀장, 회계관리실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이사회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 글로비스, 칼라일 그룹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현대글로비스도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경영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 고문은 투명경영위원회에 소속돼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일에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글로비스 3대 주주인 칼라일 그룹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기존 엘리엇 메릴 칼라일 글로벌 파트너스(CGP)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이번 주총에서 타나카 조나단 마샤스웨 이사가 대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뀐 법률에 따라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사익 편취 규제에 나서려는 상황에서 칼라일 그룹이 백기사로 나섰다. 칼라일은 지난 2022년 1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고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