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3월 19일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자료=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작년 성적표는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조6752억원입니다. 우리금융(2조6269억원)과 농협금융(2조5774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줬습니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이른바 4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에 포함되지도 않으면서도 수익측면에선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에 이어 4위를 꿰찼습니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국책은행으로 취약 부문 지원이라는 정부의 공적 목표를 수행하면서도 수익성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으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거나 건전성을 희생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33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9%(13조1000억원) 늘었습니다. 시장점유율(23.2%)을 높이며 중소기업금융의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했습니다. 최근 4년간 추가로 쌓은 충당금 규모는 2조3000억원입니다. 이 또한 4대 시중은행 평균(1조8000억원)을 크게 웃돕니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BIS비율(14.87%), Tier1비율(13.11%), CET1비율(11.33%) 모두 안정적입니다. 한 마디로 ‘본업에 충실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적만큼이나 주주환원도 적극적입니다. 연도별 배당총액(배당성향)은 2021년 6220억원(30.7%), 2022년 7655억원(31.2%), 2023년 7847억원(32.5%)으로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당배당금(배당수익률)은 780원(7.0%), 960원(8.6%), 984원(7.3%)으로 시중은행 평균 이상입니다. 결산 배당에 있어선 업계 최고 수준으로 증권가에선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힙니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가시화하기 전부터 이미 주주환원의 모범생이었던 셈이지요. 주식시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시가총액은 16일 종가 기준 11조842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10조9680억원)를 앞섭니다. 거래소 시가총액 순위 40위인 기업은행 위로 금융지주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이 다 입니다. 모든 것이 순탄해 보이는 기업은행에도 요즘 약간의 고민은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이는 주주환원을 적극 실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라는 취지인데요. 다른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으로 활발하게 대응 중입니다.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행이다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말 PBR(주가순자산비율)도 0.3배에 불과해 업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이 결산배당 외에 중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배당 연계 지표로 삼고 있는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도 11%대를 기록 중이어서 경쟁사 대비 2~3%포인트 정도 낮습니다. 정부가 최대주주이기에 CET1비율이 낮아도 시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눈에 띄게 후퇴할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긴 했지만 최근 연체율 흐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3월 0.45%였던 연체율은 올해 3월 0.79%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건설업(1.76%)과 음식숙박업(1.70%), 도소매업(0.90%) 연체율이 높습니다. 전체 여신(307조2760억원)에서 고정이하여신(3조4390억원)이 차지하는 비율(1.12%)도 우상향입니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 고객이다 보니 건전성 악화 우려는 기업은행에 늘 따라다니는 숙제입니다. 이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도 기업은행에 대해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는 역력합니다. ‘구조적, 제도적으로 자기주식 매입소각이 실행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키움증권)’, ‘자본여력과 특수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위 은행지주와 같은 자사주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한화투자증권)’ 등의 의견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반면 일각에선 기업은행이 정부의 ‘밸류업’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보다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나옵니다.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의 세수 확충 필요성(메리츠증권)’, ‘당국의 밸류업 움직임에 발 맞춰 연내 변화된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것(DS투자증권)’, ‘배당소득세 개정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큰 수혜(신한투자증권)’ 등의 의견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줄줄이 제시됐습니다. 혼재된 증권가 전망을 두고 기업은행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성태 은행장은 지난 3월 국내외 증권사 금융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IBK 기업가치 제고의 근간이 되는 지속적인 수익확대와 비용절감 노력을 계속해 나가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재미있는 건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점입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정부에 4555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배당금 총액은 1조3998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은행 배당성향을 30%대로 높여갈 때 반대로 시중은행에 대해선 20%대로 억눌렀습니다. 건전성 악화 우려가 명분입니다. 건전성 위험이 가장 큰 중소기업 전문은행에 대해선 배당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중은행들은 배당을 더 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한 것이 밸류업 선언 전의 은행권 분위기였습니다. 가난한 소작농처럼 꾸준히 벌어, 꾸준히 뜯기니 기업은행 내부에선 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돌변합니다. 너도나도 주주환원 강화를 외칩니다. 기재부가 배당성향을 크게 높여둔 덕에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부담이 적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기말 결산 배당만 착실히 해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구태여 중간배당이니, 자사주 매입이니 하지 않아도 이미 은행권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오는 29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기업은행은 과연 기재부와 논의된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내놓을까요. 아니면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강조하며 배당성향 강화 정도의 무난한 코멘트를 내놓을까요. 김성태 행장과 기재부의 협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IBK기업은행 배당현황(자료=기업은행 홈페이지)

IBK기업은행, 하던 대로 해도 될까요? [뷰파인더]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7.17 14:45 | 최종 수정 2024.07.18 22:31 의견 0
지 3월 19일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자료=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작년 성적표는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조6752억원입니다. 우리금융(2조6269억원)과 농협금융(2조5774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줬습니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이른바 4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에 포함되지도 않으면서도 수익측면에선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에 이어 4위를 꿰찼습니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국책은행으로 취약 부문 지원이라는 정부의 공적 목표를 수행하면서도 수익성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으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거나 건전성을 희생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33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9%(13조1000억원) 늘었습니다. 시장점유율(23.2%)을 높이며 중소기업금융의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했습니다. 최근 4년간 추가로 쌓은 충당금 규모는 2조3000억원입니다. 이 또한 4대 시중은행 평균(1조8000억원)을 크게 웃돕니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BIS비율(14.87%), Tier1비율(13.11%), CET1비율(11.33%) 모두 안정적입니다. 한 마디로 ‘본업에 충실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적만큼이나 주주환원도 적극적입니다. 연도별 배당총액(배당성향)은 2021년 6220억원(30.7%), 2022년 7655억원(31.2%), 2023년 7847억원(32.5%)으로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주당배당금(배당수익률)은 780원(7.0%), 960원(8.6%), 984원(7.3%)으로 시중은행 평균 이상입니다. 결산 배당에 있어선 업계 최고 수준으로 증권가에선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힙니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가시화하기 전부터 이미 주주환원의 모범생이었던 셈이지요.

주식시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시가총액은 16일 종가 기준 11조842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10조9680억원)를 앞섭니다. 거래소 시가총액 순위 40위인 기업은행 위로 금융지주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이 다 입니다.

모든 것이 순탄해 보이는 기업은행에도 요즘 약간의 고민은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이는 주주환원을 적극 실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라는 취지인데요. 다른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으로 활발하게 대응 중입니다.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행이다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말 PBR(주가순자산비율)도 0.3배에 불과해 업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이 결산배당 외에 중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배당 연계 지표로 삼고 있는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도 11%대를 기록 중이어서 경쟁사 대비 2~3%포인트 정도 낮습니다. 정부가 최대주주이기에 CET1비율이 낮아도 시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눈에 띄게 후퇴할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긴 했지만 최근 연체율 흐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3월 0.45%였던 연체율은 올해 3월 0.79%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건설업(1.76%)과 음식숙박업(1.70%), 도소매업(0.90%) 연체율이 높습니다. 전체 여신(307조2760억원)에서 고정이하여신(3조4390억원)이 차지하는 비율(1.12%)도 우상향입니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 고객이다 보니 건전성 악화 우려는 기업은행에 늘 따라다니는 숙제입니다.

이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도 기업은행에 대해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는 역력합니다. ‘구조적, 제도적으로 자기주식 매입소각이 실행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키움증권)’, ‘자본여력과 특수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상위 은행지주와 같은 자사주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한화투자증권)’ 등의 의견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반면 일각에선 기업은행이 정부의 ‘밸류업’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보다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나옵니다.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의 세수 확충 필요성(메리츠증권)’, ‘당국의 밸류업 움직임에 발 맞춰 연내 변화된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것(DS투자증권)’, ‘배당소득세 개정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큰 수혜(신한투자증권)’ 등의 의견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줄줄이 제시됐습니다.

혼재된 증권가 전망을 두고 기업은행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성태 은행장은 지난 3월 국내외 증권사 금융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IBK 기업가치 제고의 근간이 되는 지속적인 수익확대와 비용절감 노력을 계속해 나가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재미있는 건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점입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정부에 4555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배당금 총액은 1조3998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은행 배당성향을 30%대로 높여갈 때 반대로 시중은행에 대해선 20%대로 억눌렀습니다. 건전성 악화 우려가 명분입니다. 건전성 위험이 가장 큰 중소기업 전문은행에 대해선 배당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중은행들은 배당을 더 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한 것이 밸류업 선언 전의 은행권 분위기였습니다. 가난한 소작농처럼 꾸준히 벌어, 꾸준히 뜯기니 기업은행 내부에선 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돌변합니다. 너도나도 주주환원 강화를 외칩니다. 기재부가 배당성향을 크게 높여둔 덕에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부담이 적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기말 결산 배당만 착실히 해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구태여 중간배당이니, 자사주 매입이니 하지 않아도 이미 은행권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오는 29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기업은행은 과연 기재부와 논의된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내놓을까요. 아니면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강조하며 배당성향 강화 정도의 무난한 코멘트를 내놓을까요. 김성태 행장과 기재부의 협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IBK기업은행 배당현황(자료=기업은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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