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서초동 '백암빌딩 개발사업' 현장. (사진=뷰어스DB)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상태에서 자구책 이행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낸다. 출자전환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실적도 선방하는 등 양호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22일 태영건설이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4367억원, 영업이익은 7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6%, 15.7% 줄어든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줄었으나 건설산업 전반의 원자재 가격 인상 흐름 속에서도 매출원가율은 동일하게 89.8%를 기록했다.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5.0% 수준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0.2%포인트(p) 소폭 낮아지는 것에 그쳤다. 특히 판관비가 7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어든 게 수익성 유지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에도 성과를 냈다. 태영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5조8429억원으로 자산총계인 5조2812억원 보다 많았다. 이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626억원으로 자본금 2010억원 전액 잠식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자본금 1431억원, 자본총계 425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부채총계는 여전히 5조원대 수준인 5조459억원이나 반년 만에 13.6%가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1187.3%다.
단기채무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비율도 회복세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에 대한 유동자산 비율을 의미한다. 태영건설의 올해 3월 말 유동비율은 62.1%였으나 6월 말 기준으로는 88.2%까지 상승했다.
태영건설은 자구책으로 제시한 자회사 에코비트 매각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에코비트의 매각가는 2조원 안팎에서 최대 3조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태영그룹(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 이후 실제 유입되는 금액은 1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초래한 PF대출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조5565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4533억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늘었다.
태영건설 측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아직 사업기간이 남은 PF 현장에 대하여 향후 해당 사업들의 영업상황이 악화돼 시행사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하게 되면 PF 관련 대출 및 지급보증으로 인해 금융기관과 맺은 보증계약에 의해 해당 시행사의 채무와 사업장을 인수하게 될 수 있다"면서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될 수 있어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향후 개별 현장의 분양성과가 저조하다면 이에 따른 우발채무 실현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병행하면서 실적 반등을 위해 지속적인 먹거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건축과 토목 각각 2조5267억원, 2조2620억원으로 약 4조7887억원 가량이다. 태영건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3조2380억원임을 고려하면 1.5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태영건설은 상반기에 신규 수주액이 1668억원에 불과하나 향후 부동산 경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토목 사업 중심으로 수주고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전망이다. 이미 지난 3월 '서산영덕고속도로 대산-당진 간 3공구'(1862억원), 5월에는 '춘천공공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민간투자사업'(2822억원) 등의 실시협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경기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증설 공사(1464억원)도 따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출자전환과 무상감자, 영구채 발행 등 다양한 자구적 노력을 이행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면서 "판관비 감소 및 자회사 매출이익 증가, 원가 개션 노력 등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