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더 라인. (사진=네옴)
정부가 제시한 해외건설 수주 400억 달러 달성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를 비롯해 중동에서의 주요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더딘 탓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원전 사업은 최근 주요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해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아직 실적 반영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해외건설협회가 10일 발표한 '해외건설 2024년 8월 월간 수주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에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건설 신규 수주액은 10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에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신규 수주는 모두 사우디에서 나왔다. 현대건설은 해당 지역에서 현대차 반조립(CKD) 공장 신축공사(2억4780만 달러)를 수주했고 SGC이앤씨도 에틸렌초산비닐(EVA) 생산설비 프로젝트(1억8709만 달러)를 새롭게 따냈다.
신규 수주가 지지부진하면서 연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해외건설 수주 총액도 179억5673만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9억3243만 달러)과 비교했을 때 18.1% 줄어든 규모다.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중동에서 연거푸 따내면서 순항했으나 숨고르기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에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에서 아람코 파드힐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관련 각각 60억8000만 달러, 1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수주 '잭팟'을 터뜨린 이후 눈에 띄는 대어급 수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동 외에 지역에서 수주는 미미하다. 지난달 말 누적 기준 올해 중동에서의 수주액은 108억9743만 달러로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에서 수주 비중이 33.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지난해 33.5%에 달했던 북미와 태평양 시장에서의 비중은 올해 14.6%까지 감소했다.
연말까지 아시아와 중동에서 일부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특히 대우건설은 3분기에 투르크메니스탄과 리비아 등지에서 수 십억 달러의 수주를 올릴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해외 부문에서 안정적인 고마진을 사수하며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데 하반기 중 투르크메니스탄 비료와 리비아 인프라 재건 2건, 이라크 알포항 해군기지 등 대규모 해외 수주 건이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에서 목표로 제시한 해외건설 400억 달러 수주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 관련 발주가 지연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해외 발주처의 여건이 좋지 못하다. 사우디는 최근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식을 매각해 120억 달러 조달에 나서는 등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건설사들의 네옴시티 관련 수주도 지난 2022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더 라인 터널 공사' 이후로 흐름이 끊겼다.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원전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주 반영은 본계약이 체결돼야 이뤄진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서 대형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내달 중으로 엔지니어링 계약을 맺기로 최근 합의했다.
원자력 조직을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원전 사업 확장에 뛰어든 대우건설도 한수원과 팀 코리아 소속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지만 본계약 시기는 내년 3월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저유가 환경에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고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사업도 빠른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은 전쟁 장기화에,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도 지연되는 감이 있어 해외 수주액을 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