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전 회장>


3년여만이다. 차명투자 의혹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이 입을 열었다. 고객들에 보내는 특별서신을 통해서다. 강 전 회장은 '금리인하'를 화두로 꺼냈다. 향후 전개될 금리인하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일 것이라 했다. 그에 대한 근거는 두 가지다.

10일 에셋플러스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시장을 대하는 투자자의 자세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시장은 많이 오르면 떨어지고 많이 떨어지면 오른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장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투자자들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흥분하면 냉정하고, 공포스러우면 다가서야 한다." 그는 이번 특별서신을 통해 진심으로 전해드리고 싶은 생각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선 "요즘 시장을 관통하는 화두는 관세 전쟁일 텐데, 마치 허세 섞인 한 판의 큰 포커 게임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머지 않아 그 판은 끝나고 시들해질 것이고 새로운 화두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다. 그 화두가 금리 인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금리 인하는 매우 구조적이고 오래갈 것으로 봤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관세 정책으로 촉발되는 미국의 생산 기지화, 즉 제조업의 생산 기지화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수많은 기업들에게 미국 또는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 비자발적 과잉투자를 촉발할 것이다. 이는 각 산업에서 총공급 곡선을 늘리고 전방위적인 물가 인하 유발과 함께 금리 인하 여력을 더 크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관세전쟁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관세 극복을 위해 이뤄지는 기업들의 비자발적 과잉투자는 결국 각 산업에서의 초과공급 유발 가능성과 함께 이로 인해 초래될 물가하락 압력은 분명 구조적인 금리인하 여건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AI(인공지능) 혁신이 초래할 무한대의 지적 서비스와 제품공급을 주목했다.

"생성형AI는 무한대의 지적 서비스를, 그리고 피지컬AI로 무장한 자율주행, 옵티머스 같은 로봇은 무한대의 노동력 제공과 값싼 제품을 양산할 것이다. 우리는 조만간 마주할 AI시대에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은 무한대로 느는데 물가는 오르지 않는 현상을 목격할 것이다. 이는 구조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강 전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공급과잉을 만들고 결국 디플레이션 성장모델에서 가치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라 했다. 이는 물론 낯설겠지만 또 다른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해왔던 경제의 기본질서조차 무너뜨릴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현대경제학의 핵심 정의로 자리잡고 있는 경제의 중요한 작동 원리는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돈, 사람, 토지라는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최선의 배분을 위해 모두가 몰두해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경제 역사였다. 그러나 미래 세상은 희소하다고 생각했던 자원들이 무한대로 공급되는 상황과 마주할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성장 모델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디플레이션 성장 모델에서 가치를 찾아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겨줄 것이다. 디플레이션 성장 모델은 정부와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투자환경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투자기회가 될 것이다."

디플레이션 성장 모델에서 가치를 찾아갈 해법의 단초로서 그는 "재화와 서비스가 무한대로 넘쳐날 미래 세상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유지될 자원들은 무엇일까를 묻고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으로서 아마도 시간의 가치를 거스르기 어려운 명품 브랜드와 희귀한 자연자원, 발행한도가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과 같은 투자자산, 시대를 초월할 창조적 경영자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소한 자원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상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회장은 디플레이션 성장 모델에 대해선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아주 오랜 기간 투자세계를 지배할 화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이 일반화되는 구조에 우리는 익숙해져야 한다. 이런 변화된 투자환경에 대응해 에셋플러스는 탐험가 정신으로 가치를 찾아내며, 그것을 담아낼 펀드와 ETF를 선보일 것이다."

그는 끝으로 "하락의 끝은 멀지 않았다. 공포에 흔들리지 않고 인내로 위기를 이겨낸다면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좋은 펀드, 좋은 주식이라면 인내의 끈을 놓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강 전 회장의 특별서신은 17년간 이어져 올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과 2022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특별 서신을 보냈다. 이번 서신은 다섯 번째다.

한편 가치투자 1세대인 강 전 회장은 과거 펀드매니저로 시작해 투자회사 오너에 이른 증권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투자철학이 다소 다르긴 했지만 박현주(현 미래에셋 회장), 권성문(전 KTB투자증권 회장) 등과 함께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주식투자 최고봉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외환위기 당시 1억원으로 2년도 안된 기간에 150억원을 벌어 시드머니를 만든 그는 이를 통해 현 투자회사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13년 스웨덴 맨티코어캐피털에서 꼽은 '세계의 최고 투자자 99명'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함께 꼽힌 이로는 벤자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등 전 세계 최고의 투자고수들이다.

다만 그는 지난 2021년 말 차명투자 의혹에 휩싸이며 2022년 7월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이후 금융당국은 강 전 회장에게 직무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