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손기호 기자)

올해 8월 건설기업들의 체감경기가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사실상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수주와 공사 진행 실적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체감경기 위축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4일 발표한 '2025년 8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에서 전월보다 4.9포인트 하락한 68.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건설업체 중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이지혜 연구위원은 "8월 CBSI는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결국 60선대로 내려앉았다"면서 "건설 수주와 기성 모두에서 악화된 흐름이 뚜렷하고 하반기에도 반등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신규수주·기성 모두 둔화…주택 부문은 '직격탄'

부문별로 보면 공사기성지수(75.9, 전월 대비 –9.5p)와 신규수주지수(63.6, –5.6p)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실제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뿐 아니라 앞으로의 일감 확보 전망도 동반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택 분야의 신규수주지수는 64.5로 10.1포인트나 급락하며 부진을 이끌었다. 비주택건축(64.6, +1.6p)만이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토목 분야도 68.7로 2.0포인트 하락하며 하향세에 동참했다.

자재수급(88.5, –5.5p), 공사대수금(79.1, –4.7p), 수주잔고(67.7, –1.5p) 등 기타 지표들도 대부분 하락하며 전방위적 둔화세가 뚜렷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모든 집단에서 지수가 하락했다. 대기업(92.3, –0.6p)은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중견기업(59.3, –7.4p)과 중소기업(53.2, –6.6p)의 하락폭은 컸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지수가 50 초반까지 내려가며 사실상 '위기의식' 수준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별로도 서울(79.3, –7.8p)과 지방(55.1, –5.8p) 모두 하락했다. 수도권 중심 대형 프로젝트조차 기대에 못 미치고, 지방 중소건설사는 수주 절벽과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 9월 전망도 어두워…금리·정책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건설경기

건설업체들은 9월 경기 전망에도 비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9월 전망지수는 65.5로, 8월보다도 2.7포인트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의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시장에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달 CBSI 구성요소 중 '신규수주지수'가 전체 지수에 미친 영향력이 58.7%로 높게 나타난 반면, '공사대수금지수' 영향력은 전월 대비 3.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기업들이 당장의 수금보다 '앞으로의 일거리' 확보에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건설경기 부진의 배경으로는 고금리 기조, 미분양 부담, 민간투자 위축, 정책 불확실성 등을 지목한다. 특히 주택 분야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지연과 정부의 분양가 규제 기조 속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리스크만 커지는 상황이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적 확신과 금융시장 안정 없이는 단기간 내 지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공공주택 사업 조기 착공, 민간 활성화 유도 등의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