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정비구역지정고시되면서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들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정비사업 시장의 올해 판도가 연말을 앞두고 격변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에 삼성물산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건설과의 누적 수주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이미 9조원 이상의 실적을 확보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삼성물산도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확보하며 8조원대까지 추격했다. 업계는 29일 발표될 장위15구역과 증산4구역 결과가 올해 순위뿐 아니라 내년 도시정비 구도까지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여의도 대교 수주 앞둔 삼성물산…8조3000억원대로 확대 전망
11일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오는 1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두 차례 진행된 경쟁입찰이 모두 유찰된 이후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지위를 확보했다. 조합원 찬반만 통과되면 시공사로 확정된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총 576가구(1975년 준공)를 지하 5층~지상 49층, 4개동, 912가구로 재건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공사비는 평당 약 1120만원, 총 772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이자 여의도권역 첫 본격 재건축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시장 관심이 높았다. 조합 설립 11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는 등 여의도 내 12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하면 올해 누적 정비사업 수주액은 8조3222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롯데건설 등 주요 경쟁사들이 고금리·PF 조달 부담으로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에 나서게 됐다.
■ 현대건설, 장위15 수주 여부가 '10조 클럽' 가르는 승부처
현대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물량을 가장 많이 확보한 회사다. 전날(10일) 부산 사직5구역 재개발(약 3566억원)을 수주하며 누적 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업계 최초로 '연간 10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핵심 승부처는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공사비 약 1조4663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현대건설이 세 차례 단독입찰로 사실상 우선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조합 총회는 오는 29일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확정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장위15구역을 확보할 경우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단숨에 10조원을 넘어선다.
부산 사직5구역 재개발사업 반조감도 (사진=현대건설)
같은 날 발표될 은평 증산4구역(총 공사비 약 1조9435억원)도 판도를 흔들 변수다. 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이 도전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약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교아파트와 증산4구역을 모두 확보할 경우 삼성물산의 연간 수주액은 9조원대 진입이 가능해,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좁혀진다.
이달 말 두 사업의 결과는 사실상 올해 정비사업 시장을 결정짓는 마지막 고비다. 장위15구역이 현대건설로 확정되면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 10조 클럽의 주인공이 되며, 삼성물산은 대교아파트와 증산4구역 성패에 따라 추격 강도가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수주 경쟁은 실적 경쟁을 넘어 대형사들의 중장기 정비사업 전략과 내년 시장의 흐름까지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