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화그룹, HD현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이번엔 STX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해 HD현대와 맞붙는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오너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STX중공업 인수 관련 예비 입찰에 나선 후 최근 실사까지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인수 대상은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가진 STX중공업 지분 47.81%다. 인수 금액은 1000억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한 사실이 맞다”며 “현재로선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할 게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성해양 인수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을 목표로 한 가운데 특수선과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제작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한화는 조선업 진출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HD현대의 한국조선해양과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한화는 선박 엔진에 강점이 있는 STX중공업까지 인수해 조선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에 강점이 있다. 이중연료엔진, LNG엔진, 선박용 저속엔진 등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3위 안에 든다.
한화가 최근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엔진을 자체 제작하지 않는다. 이에 한화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선박 엔진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STX중공업은 함정용 소형 엔진 등 방산 분야와 연계할 수 있는 접점도 있다.
HD현대도 STX중공업 인수전에 진작에 뛰어들었다. HD현대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중순 STX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HD현대의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선박 엔진 전문기업이다. 중소형 엔진 등 다양한 역량을 갖췄다. STX중공업을 인수해 조선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최근 국제 환경 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엔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이러한 선박 엔진 수요도 감당하고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 영향력 확대에도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HD현대, STX중공업 로고 (사진=각 사)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대결 구도도 주목된다.
양사의 차기 리더인 이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신사업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맡아 방산과 친환경 사업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정 사장 또한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기술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본래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그간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았지만 한화가 조선해양 분야에 진출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당장에 STX중공업 인수와 관련해서도 신경전이 예상된다.
STX중공업 인수에는 한화와 HD현대 외에도 국내 기업과 사모펀드 등에서 2~3곳이 더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야 인수 이후 선박과 방산의 엔진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하며 STX중공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의 신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경쟁 구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