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1일 KG타워에서 최근 출시한 ‘토레스 EVX’에 중국 BYD(비야디)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한 것과 관련해 “중국 배터리 기술이 한국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KG 모빌리티)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이 전기SUV 신차 ‘토레스 EVX’에 중국 BYD(비야디)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한 것과 관련해 “중국 배터리 기술이 한국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중국에 대해 배울 것은 배워야지, 비경제적인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배터리 탑재 이유를 설명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한국산 배터리를 깎아내리는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KG 모빌리티는 전신인 쌍용차 시절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헐값에 매각돼 기술만 뺏긴 후 먹튀를 당했다는 지적도, KG 모빌리티 직원과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곽 회장은 ‘토레스 EVX’ 전기SUV 신차 출시 이후 미래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처럼 말했다. 곽 회장은 토레스 EVX 중국 BYD 배터리 탑재 이유에 대해 “중국산 배터리의 품질을 얘기해야 한다”며 “배터리가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토레스 EVX가 쓰는 중국 BYD 배터리가 국산 배터리보다 가격이나 성능이 떨어지면 쓸 이유가 없다”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화재 안전성이나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곽 회장의 발언은 전 세계에서 선두에 있는 K-배터리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마치 중국산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보다 품질도 좋고 더 저렴하다는 식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의 LFP 배터리가 장착된다. 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은 점이 있어서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KG모빌리티가 밝힌 ‘토레스 EVX’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33㎞이다. 이는 국내 NCM 배터리를 사용하는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전기 SUV의 경우 WLTP 기준 최대 5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웬만한 지역은 1회 충전만으로도 충분히 이동 가능한 수준이다.
순간 출력도 낮아 전기차의 특징인 순간적인 힘이 약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KG 모빌리티가 공개한 ‘토레스 EVX’의 최고출력은 207마력(ps)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최고출력 320마력에 크기 미치지 못한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인데 성능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셈이다. ‘토레스 EVX’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실구매가를 약 3600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경기도 기준으로 국고 보조금 6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500만원 수령 시 가능한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곽 회장은 ‘토레스 EVX’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이유로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 기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술은 한국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중국에 대해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비경제적인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했다.
가뜩이나 중국산 배터리가 유럽 시장을 차지하면서 한국 배터리의 비중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왜 한국산만 쓰느냐는 인상을 주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 2위에 중국 기업 CATL(36.6%), BYD(16.0%)가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3위 LG에너지솔루션(14.2%), 5위 SK온(5.2%), 7위 삼성SDI(4.1%)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