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뷰어스DB)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지 곳곳에서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투명한 정비사업을 위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예정된 여의도 시공사 선정 1호 재건축 사업인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총회 개최가 연기됐다.
서울시가 전날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추진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생해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영등포구청에 시정조치를 하도록 요청한데 따른 결과다.
서울시와 한양아파트는 지난 1월 한양아파트의 용도지역을 3종 일반 주거지역에서 일반 상업지역으로 두 단계 올리는 내용과 용적률(600%) 및 높이(200m 이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했다.
다만 신통기획안에 따라 재건축을 위한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면 주민 동의를 거치고 시의 심의를 통과해 정비계획으로 확정돼야 한다. KB부동산신탁이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아직 권한이 없는 구역도 정비 사업 면적에 일부 포함하고 입찰 공고에 나선 부분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제6항 및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10·제11조·제29조를 위반한 것이다.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강행한다면 관련 법령에 의거해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여의도 1호 재건축'의 상징성을 갖추면서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경쟁 입찰이 성사돼 관심을 모은 사업지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이 연기와 함께 정비계획 확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내 시공사 선정까지는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7월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되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에서 설계사 선정을 무효처리하기도 했다. 설계사로 선정된 희림건축이 서울시의 용적률 지침(300%)을 따르지 않고 설계안에 360%의 용적률을 제안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령 및 규정을 위반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면 향후 위반 사항에 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되어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심한 경우 중단되는 원인이 된다"며 "정비사업의 설계자·시공자 선정 과정 등에 있어 공정한 경쟁을 통한 투명한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미흡한 부문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신탁 방식 사업이 오히려 발목을 잡자 신탁 사업 방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입찰 과정에서 이미 응찰한 건설사들의 홍보비가 투입됐고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통기획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제도가 아닌만큼 신탁사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없게끔 하는데 일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신탁 방식에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면 오히려 신탁사와 계약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