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월세 정보가 붙어있다. (자료=연합뉴스)
'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월세 가격도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짙어지면서 임차인들의 월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전세보증금 축소 기조가 월세가격 상승이란 부작용도 낳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전분기 대비 0.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각각 전분기 대비 0.47%와 0.27% 하락한 것을 감안할 때 나홀로 월세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 가격의 경우 지난해 4분기 0.14% 오름세에서 0.22% 상승으로 상승폭이 커졌고, 수도권(+0.18%→+0.31%)과 서울(+0.03%→+0.40%) 역시 상승폭이 커진 반면 지방은 되레 지난 1분기 0.04% 하락에서 0.14% 하락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같은 오피스텔 월세의 강세는 '역전세'와 '깡통전세',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가전세 기피와 전세보험한도 축소로 반전세 등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늘리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깡통전세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적용하면서 비(非)아파트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월세 시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조정하면서, 주택가격 산정기준 역시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췄다. 140%의 90%를 계산하면 '126%'룰이 적용된다.
이로인해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를 준전세나 준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세보증보험 한도에 맞춰 보증금을 낮추고 대신 매월 받는 월세를 인상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인해 임차인은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비용뿐만 아니라 보증보험료, 추가 월세까지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전세보증금을 축소시키는 정책이 월세 인상이라는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오피스텔 시장에서 월세거래 급증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6.11%로 나타났으며, 수도권 6.04%, 지방 6.79%, 서울 5.66%를 보였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월세 가격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전월세전환율은 지난 1월 6.01%로 처음 6%를 넘어선 이후 2월에는 6.07%를 기록했다. 참고로 지난 3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00.22로 전월 대비 0.07% 상승했다. 지난해 6월(+0.04%) 이후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00.00을 처음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한편, 전국 오피스텔의 전세가격 대비 월세보증금의 비율은 8.47%로 나타났으며, 수도권 8.29%, 지방 9.18%, 서울 9.37%를 기록했다.
아울러, 올해 1~2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024년 1~2월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은 4만 2401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1만 3839건, 월세 거래량은 2만 8562건으로 월세 비중이 67.4%에 달했다. 월세 비중은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2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오피스텔 월세 비중은 2020년 49.1%, 2021년 49.6%, 2022년 57.2%, 2023년 62.9%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 100만원 이상 거래량도 2334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서울이 121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 보증금 미반환 공포로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줄고, 월세 거래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월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비아파트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여전히 속출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늘어나는 수요만큼 이들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