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지역별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입주 전망은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빠졌다. 지역별로 대조적인 집값 흐름과 달리 공통적으로 높아진 분양가를 수요자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탓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달 전국 입주율은 63.0%로 전월 대비 0.6%p(포인트) 소폭 하락했다고 16일 밝혔다.

인천·경기권의 입주율이 76.9%로 전월 대비 4.4%p 상승하면서 수도권(76.5%→77.6%)의 전반적인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서울 입주율이 전월 대비 5.1%p 하락한 79.2%를 기록하면서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비수도권인 5대 광역시의 입주율은 63.5%로 전월 대비 1.2%p 상승했으나 기타지역이 59.7%에서 57.0%로 하락했다. 특히 강원권은 45.0%로 2017년 6월 조사 시작 이래 입주율 최저치를 보였다. 제주권도 58.1%로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 매각지연(41.5%) ▲잔금대출 미확보(22.6%) ▲세입자 미확보(20.8%) ▲분양권 매도 지연(5.7%) 등으로 나타났다.

입주율이 단기적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8.5로 전월 대비 6.5p 하락했다. 수도권과 광역시, 도(道)지역이 모두 동반 하락한 결과다.

광역시는 4.9p 하락한 80.0, 도지역은 4.7p 하락한 77.8 등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서울은 105.7에서 94.4로 11.3p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59.2)과 경기(78.7)도 각각 18.5p, 12.7p 하락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입주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잔금대출 제한, 일부 지역에 남아있는 실거주 의무화 등 여전히 많은 불안 요소로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입주전망은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별 입주전망이 공통적으로 악화한 배경에는 높은 분양가가 자리잡고 있다.

노 연구원은 "서울은 아파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잔금대출, 또는 세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도 공급과잉으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분양가는 오르고 인구 감소가 더해지면서 입주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가격은 4190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월 대비 320만원 이상 상승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평균 분양가도 3.3㎡당 2706만원으로 전월 대비 4.21% 상승했다.

지방도 집값 하락 분위기와 무관하게 분양가는 올랐다. 지방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72만원으로 전월 대비 0.80% 상승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자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물류비 관점에서 비용을 놓고 보면 오히려 지방이 더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토지 가격의 차이가 있을 뿐 지방이나 서울 모두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요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그래도 수요가 탄탄한 반면 지방은 그렇지 못하고 건설사들이 소위 '될만한 곳'만 분양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입주율은 결국 미분양과도 관계가 있는데 현재 흐름을 보면 올해 안에 지방의 유의미한 미분양 해소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