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서민·중산층·미래세대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장기민간임대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영세한 임대사업자 위주로 운영돼 온 임대차 시장의 무게 중심을 리츠와 보험사 등 기업 법인으로 옮겨 임차인들이 더 오랜 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민간 유형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및 세금 규제도 확 푼다. 자율형과 준자율형, 지원형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해 2035년까지 총 10만가구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방안'은 법인의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 활성화를 위해 임대 운영 문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20년 이상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 유형은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율형은 규제와 지원을 모두 최소화하는 임대 유형이다. 민간임대법상 모든 임대료 규제를 배제하고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제외한다. 준자율형에는 임대기간 계약갱신청구권 및 5% 상한 등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의무를 부여한다. 대신 이에 상응하는 기금융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지원형은 시세의 95% 수준으로 초기 임대료를 제한하고 무주택자 우선공급 등 공적의무를 강화한다. 공적의무가 강화되는 만큼 기금출·융자, 공공택지 할인공급 등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세 유형은 공통적으로 민간임대차에 관한 일반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제인 '2+2년 거주',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은 준수해야 한다. 이 같은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에 나서는 사업자는 20년의 임대의무기간 및 유형별 임대료 증액기준(동일 임차인 재계약에 한해 5% 상한)을 준수하면 법인 취득세 중과(12%), 종부세 합산·법인세 추가과세(20%)를 적용받지 않는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되면 임차인은 목돈 마련 부담 없이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선택권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더불어 임차인이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누리면서 신속·체계적인 하자보수를 받고 원하는 기간만큼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정책은 그동안 빌딩 중심으로 활성화된 리츠가 주택 시장에도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임대 수요가 많고 회전율이 좋은 수도권, 도심역세권 위주로 우선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또 "건설사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선분양을 통해 얻는 수입 구조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위기를 맞기도 했던 만큼 운영 수익을 통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 참여 유도 방안을 내놓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장 8년 거주가 가능한 '뉴스테이'라는 장기민간임대 주택을 선보였으나 이는 3년만에 폐지됐다. 뉴스테이는 건설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각종 규제 및 공공성을 강화한 뒤 선보인 문재인 정부의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함 랩장은 "그동안 집값 변동과 같은 시장 국면에 따라 장기민간임대주택 정책의 변화가 워낙 잦았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안정이 목표인 정책인 만큼 정책적 일관성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규제 완화 내용만으로는 법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 선보인 장기민간임대 공급모델이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2+2,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을 준수해야 하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사업자가 4년 임대를 감안해 초기 임대료를 높게 설정한다면 인상폭이 너무커서 세입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4년 계약으로 의무거주를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법인사업자의 임대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며 "결국은 개인과 법인의 임대주택이 혼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세 95%' 정부 민간장기임대 대책, '뉴스테이' 데자뷰?

정부, 리츠 중심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 검토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공급 유형 나눠 선택 폭 넓히며 사업자 참여 유도
시장 활성화 가능성엔 물음표…"정책적 일관성 중요"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8.28 10:50 의견 0
국토교통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서민·중산층·미래세대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장기민간임대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영세한 임대사업자 위주로 운영돼 온 임대차 시장의 무게 중심을 리츠와 보험사 등 기업 법인으로 옮겨 임차인들이 더 오랜 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민간 유형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및 세금 규제도 확 푼다. 자율형과 준자율형, 지원형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해 2035년까지 총 10만가구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방안'은 법인의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 활성화를 위해 임대 운영 문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20년 이상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 유형은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율형은 규제와 지원을 모두 최소화하는 임대 유형이다. 민간임대법상 모든 임대료 규제를 배제하고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제외한다.

준자율형에는 임대기간 계약갱신청구권 및 5% 상한 등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의무를 부여한다. 대신 이에 상응하는 기금융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지원형은 시세의 95% 수준으로 초기 임대료를 제한하고 무주택자 우선공급 등 공적의무를 강화한다. 공적의무가 강화되는 만큼 기금출·융자, 공공택지 할인공급 등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세 유형은 공통적으로 민간임대차에 관한 일반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제인 '2+2년 거주',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은 준수해야 한다.

이 같은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에 나서는 사업자는 20년의 임대의무기간 및 유형별 임대료 증액기준(동일 임차인 재계약에 한해 5% 상한)을 준수하면 법인 취득세 중과(12%), 종부세 합산·법인세 추가과세(20%)를 적용받지 않는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되면 임차인은 목돈 마련 부담 없이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선택권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더불어 임차인이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누리면서 신속·체계적인 하자보수를 받고 원하는 기간만큼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정책은 그동안 빌딩 중심으로 활성화된 리츠가 주택 시장에도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임대 수요가 많고 회전율이 좋은 수도권, 도심역세권 위주로 우선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또 "건설사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선분양을 통해 얻는 수입 구조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위기를 맞기도 했던 만큼 운영 수익을 통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 참여 유도 방안을 내놓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도 최장 8년 거주가 가능한 '뉴스테이'라는 장기민간임대 주택을 선보였으나 이는 3년만에 폐지됐다. 뉴스테이는 건설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각종 규제 및 공공성을 강화한 뒤 선보인 문재인 정부의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함 랩장은 "그동안 집값 변동과 같은 시장 국면에 따라 장기민간임대주택 정책의 변화가 워낙 잦았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 안정이 목표인 정책인 만큼 정책적 일관성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규제 완화 내용만으로는 법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 선보인 장기민간임대 공급모델이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2+2,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을 준수해야 하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사업자가 4년 임대를 감안해 초기 임대료를 높게 설정한다면 인상폭이 너무커서 세입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4년 계약으로 의무거주를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법인사업자의 임대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며 "결국은 개인과 법인의 임대주택이 혼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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