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군량리 물류센터. (사진=DL건설)
부동산 호황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힌 물류센터가 건설사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의 장기화로 공기가 지연되고 공급 과잉으로 새 주인을 찾기도 어려운 시점인데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약정 등에 따라 사업장을 떠안게 된 탓이다.
28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가 전날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물류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는 총 17건이 이뤄졌는데 이 중에 6건(5800억원 규모)이 책임준공 약정 및 연대보증을 사유로 시공사가 직접 매입한 사례다.
상반기 수도권 물류시장 전체 거래 규모는 2조8000억원이다. 전기 대비 68% 증가했으나 시공사의 책임 준공 약정 등에 따른 채무 인수 사례가 다수 포함된 만큼 시장 활성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임 준공 약정이란 금융기관이 시공사에 정해진 공사 기간 내 건축물을 준공할 것을 요구하는 약정이다. 공기 지연으로 금융기관이 회수하지 못한 채무를 책임 준공 확약을 체결한 주체가 인수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C&W 측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상승한 공사비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물류센터 공급 과잉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책임준공 약정으로 인한 채무 인수나 소송 사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물류센터를 떠안은 건설사들은 현금흐름에 타격을 입고 있다.
화성산업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짓는 별내 물류창고 인수로 1149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873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매출채권으로 보유한 미수공사비 279억원은 유보금 3억원을 제외하고 전체 거래대금과 상계하는 식으로 인수를 마쳤다.
경기도 이천 군량리 물류센터의 채무는 연대보증에 나섰던 시공사인 DL건설이 1220억원에 인수했다. DL건설은 기한 내 준공을 마쳤으나 시행사였던 SPC군량물류가 파산을 신청하면서다.
SGC E&C는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 매입을 위해 985억원의 금액을 투입했다. 이후 물류센터의 직접 매각이 아닌 창고업 진출 방안으로 활용에 나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지난 몇 년 간 지어도 너무 많이 지었다"면서 "공급 과잉 속에 공실이 적지 않고 시장도 아직 회복세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물류센터 책임준공에 나선 건설사들이 당장은 자금 상황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