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약 훈풍 속에 분양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건설사들의 체감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 수주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곳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기존에 확보한 수주고에서도 매출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탓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인한 공사비 미수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사업 수주를 집중하고 있다.
각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를 바탕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사업 수주에 집중하면서 신규 수주 성과가 다소 더딘 모양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2024년 8월 건설경기실사 실적·전망지수'에 따르면 8월 종합실적지수를 세부 항목 별로 살펴봤을 때 신규수주는 68.0에 그쳤다. 지난 5월 건산연이 건설경기실사지수(CBSI) 개편 이후 60대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주요 먹거리인 주택 신규수주 실적지수가 62.3에 머물렀다.
신규 수주 부진 속에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수주잔고는 68.6으로 전월 대비 4.9포인트(p), 전년 동월 대비로는 8.5p 하락했다. 이 같은 악재에 올해 8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69.2로 전월 대비 3.0p 하락했다.
CBSI는 종합실적지수와 종합전망지수로 나눠 발표하는데 지수값이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건설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은 것을 의미하고, 그 반대면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거다.
기업 규모별 실적 지수는 대기업 92.3과 중견기업 60.6, 중소기업은 54.9를 기록했다. 직전월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 지수는 상승했으나 중견 및 중소기업 지수는 하락해 격차가 커졌다.
이 같은 양극화는 기업 규모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실적 지수에도 영향을 끼쳤다. 서울은 91.8, 지방은 62.9로 두 지역 간의 격차가 컸다.
당장의 전망지수도 좋지 못하다. 9월 종합전망지수는 100이하인 76.2로 8월 종합실적지수인 69.2보다 7.0p 높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선인 100이하로 8월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하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속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7월과 8월에 각각 83.4, 86.7에서 이달 에는 93.2로 90선을 넘어섰다. 수도권은 지난 8월에 104.3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뒤 9월에도 큰폭으로 상승한 117.9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9월 분양 전망지수가 128.2에 달하는 등 수도권 분양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이 같은 수도권 청약 훈풍으로 수도권 내 분양 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건설사의 체감경기 전망도 좋지 못한 이유는 전반적인 수주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수주 사업장에서도 공사 속도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또한 건산연에 따르면 공사의 진척도 또는 진행 정도를 의미하는 8월 공사기성은 전월 대비 8.5p 하락한 77.4로 세부지수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9.7p 낮아졌다. 공사대수금도 82.1로 전년 동월 대비 7.2p 감소한 수치다. 즉, 수주고의 매출 전환이 여의치 않은 형국인 것이다.
이외에도 9월 종합전망지수에서 세부항목별로 ▲신규 수주(73.8) ▲공사기성 (85.8) ▲수주잔고 (80.3) ▲자금조달 (76.8) ▲공사대수금 (82.7) ▲자재수급 (93.8) 등으로 모두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등 전반적으로 체감경기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월 CBSI는 7월보다 다소 하락했고 9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전망지수도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높은 상황 등 건설기업의 체감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부문별 실적지수 중 신규수주지수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신규 수주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