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호치민 야시장 / 뷰어스 DB
2016년 처음으로 베트남 남부에 ‘나홀로 여행’을 갔었다. 호치민에서 첫 날. 낮에 주요 여행지를 돌아보고 신투어리스트에 들려 달랏과 무이네에서 이동한 버스 편과 몇몇 투어를 신청했다. 그러다보니 저녁. 베트남에서 제법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는 마사지샵을 들렸다. 이미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베트남 돈으로 30만동, 한국 돈으로 약 1만 5000원으로 60분 넘게 마사지를 받았다.
내부에 “팁을 주지 마세요. 마사지 비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한국어가 눈에 들어왔다. 영어나 다른 언어는 찾기 어려웠다. 오로지 ‘한국어’로만 써져 있었다. 의아했지만, 마사지가 끝날 무렵 의문은 풀렸다. 베트남 마사지사가 팁을 요구하며, 한국인들은 보통 10만동을 팁으로 준다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사실 10만동이라고 해봐야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다. 그러나 30만동 마사지에 10만동 팁은 이해하지 못할 계산법이었다. 팁 주는 것을 포기했다.
나중에 베트남에 살았던 지인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단체관광으로 오는 나이 지긋한 한국 관광객들이 10만동(5000원), 20만동(1만원)은 팁으로 그냥 줬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만 유독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대개 호텔에서 팁을 1달러, 동으로 하면 2만동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예외로 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단체여행보다는 개별 여행자들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보다는 20대의 젊은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씀씀이 자체가 달라진 것이 이유다.
배낭 하나 매고 혹은 친구들과 자금을 모아서 간 여행지에서 그들이 유흥에 펑펑 돈을 쓰고, 나름 현지에서 높은 팁을 줄 이유가 없다. 현지 여행지의 입장권까지 한국에서 꼼꼼하게 구매하며, 다양한 정보로 식당이든 마사지샵이든 가격표와 할인 혜택 등을 챙겨가는 여행자들 앞에서 “한국 사람들은 이 만큼 팁을 꼭 줍니다”라는 말이 과연 먹힐까싶다.
물론 지역마다, 또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베트남 마사지샵 팁을 예로 들었지만, 한국에서 출발하는 개별 여행자가 많아질수록,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대하는 풍경도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가이드만 상대하면 되었던 유명 식당들도, 이젠 개별 여행자를 고려한 메뉴판을 내놓는다. 관광지 또한 설명에 한국어들이 등장한다. 단체 관광객들을 대할 때는 없던 풍경이다.
사진=뷰어스 DB / 호치민 벤탄시장 전경
생각해보면 과거 단체여행은 그 ‘단체’가 하나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현지인에게 다가갔다면, 이제는 여행자 한명 한명이 개별 특성을 표현한다. 여행지 풍경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단체 관광을 가야 했던 시대에서 확연히 달라진다.
이는 사실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때도 명동 등을 제외하면 이들에 대한 배려는 사실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홍대 등에 개별 해외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메뉴판이 등장하고, 이들 개별 여행자들을 상대로 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하다못해 길거리 분식 포차마차들 마저도 메뉴판이 3~4개 언어로 적혀있다. 단체 관광객이 많을 때는 고려하지 않았던 변화다. 결국 국내든 해외든 개별 여행자들이 여행지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