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물의 기억' 스틸
영화 ‘걸캅스’와 ‘배심원들’ ‘악인전’ 등 국내 영화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새로운 소재와 전개 방식으로 신선함을 선사할 다양성 영화들이 극장가를 풍성하게 했다.
■ ‘물의 기억’: 보는 것만으로 편안한 봉하 마을의 풍경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미래와 봉하 마을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전지적 현미경 시점에서 담은 친환경 다큐멘터리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자연 앞에 겸손했던 그의 가치관이 담겼으며, 그가 퇴임 이후 봉하 마을로 돌아와 시작한 생명 농법의 성과를 다루며 뜻을 헤아린다.
이번 영화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의 일대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들이 따뜻함을 선사한다. 입체 현미경 렌즈로 포착한 자연의 생생함을 따라가도 보면 저절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 ‘벤 이즈 백’: 헌신적인 엄마를 그려낸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력
약물 중독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아들 벤이 예고 없이 집으로 돌아온 후, 엄마 홀리가 그와 함께 보내게 된 24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어바웃 어 보이’ 등 감성적인 휴먼 드라마를 만든 피터 헤지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또 한 번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번 영화는 단순히 약물 중독자의 삶을 그린 것만은 아니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또 그것에 접근하기가 얼마나 쉬운 지 등 사회적인 문제까지 담아내며 질문을 던진다. 갑자기 집에 온 벤의 돌발 행동이 주는 긴장감은 물론, 그런 아들을 지키려 애쓰는 엄마 벤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의 뭉클한 연기가 감동을 선사한다. 루카스 헤지스 역시 불안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다. 두 사람의 팽팽한 연기가 이번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한다.
사진=영화 '벤 이즈 백' '로지' 스틸
■ ‘로지’: 불편하게 찌르는 묵직한 현실
세 들어 살던 집이 팔리게 되고 졸지에 살 곳을 잃은 로지 가족이 노숙 생활을 하며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차 안에 짐을 싣고 다니며 힘든 생활을 하는 가족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네 자녀의 엄마 로지가 가족을 수렁에서 건지기 위해 애쓰며 겪는 감정들이 섬세하게 드러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로지를 연기한 사라 그린은 애틋한 모성애와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설득력을 더한다. 마음 아프지만 냉혹한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로지’가 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