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란 일정 기간 경과 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당장 재무상태가 취약하거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저렴한 이자로 자본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종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CB 발행은 이 같은 취지와는 달리 다른 의도로 활용될 때도 많다. 실제 최근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상당수가 CB 발행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일삼으며 투자자 피해를 키운 경우도 빈번했다.
■ 바이오그룹 선언한 카나리아바이오, CB 공장 '오명'
카나리아바이오는 ‘항암신약개발 바이오테크놀로지 전문기업’을 선언하며 난소암, 췌장암,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다양한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에 없던 획기적인 항암신약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바이오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신기사인 리더스 기술투자를 인수함에 따라 향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펀드 조성까지 가능해지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시세확장과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가 기업 인수합병(M&A)시 자금조달 방식에서 CB발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의 현재 미상환 주권 관련 사채권 규모는 총 3250억원,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총 2532만3168주에 달한다. 이는 기발행주식 수 대비 54.03%에 육박하는 규모다.
실제 카나리아바이오는 그 시작부터 CB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활용해왔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시발점인 두올산업(차량용 카페트 생산업체)이 캐나다의 온코퀘스트로부터 ‘오레고모밥’ 신약권을 인수하던 2020년 당시에도 인수자금을 두올산업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했다. 지난해 현대사료를 인수할 때는 현대사료의 전환사채(CB)를 카나리아바이오에 넘기는 대신 카나리아바이오의 자회사인 엘에스엘씨앤씨의 회사채 3861억원 가량을 현대사료가 인수했다. 지난달 리더스 기술투자 인수시에도 카나리아바이오와 에이티세미콘(리더스 기술투자)이 지분과 CB를 맞교환하며 메자닌을 활용한 대금 납입 방식을 활용해왔다. 대부분의 인수 과정에서 대금을 납입하는 대신 꾸준히 자회사 등의 CB 발행을 돌리는 방식으로 빠른 속도의 시세 확장을 해온 것이다.
■ CB 정조준 금융당국…"바이오그룹 향한 '묻지마 투자' 위험"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엄단을 선포하며 사모 전환사채(CB)를 정조준한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CB 발행시 납입방법을 추가로 기재하도록 하고 비상장주식을 통해 대용 납입할 경우에는 해당사에 대한 내용도 기재토록 해 대용납입 자산이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시정보에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도 직접 살피기로 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이 같은 조치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1세대 바이오 기업 중 신약 개발 실패와 자금조달 위기로 한계에 도달한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시세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는 기회인 환경”이라며 “다만 이런 기업들을 CB 돌려막기 식으로 사들이는 것은 자본시장의 교란을 초래할 수 있어 당국의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전문가는 “실제 합법적인 자금조달 방식을 악용한 부분이기 때문에 위법성을 찾아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도 기업들 경각심을 높일 수 있고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바이오기업들이 실제 연구 성과와 무관한 기사에도 주가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결정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기업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언론 노출 빈도가 증가하는 자체만 보고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뷰어스는 향후 투자계획 및 자금조달 방식 등과 관련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카나리아바이오 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담당자 부재 등의 이유로 원활한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