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에 LH 대국민 사과. (사진=LH)
한국주택도시공사(LH) 직원이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직원은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이 있냐"면서 반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투기는 엄연히 투자의 자유를 벗어난 행위인 만큼 논점일탈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LH 직원이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다"면서 부동산 투자 자유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LH 직원은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 쪽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라면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일부 LH 직원들의 반발에 LH 관계자는 "LH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투자는 개인의 자유가 맞지만 이 같은 투기 사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투기와 투자는 한자어 하나 차이지만 그 뜻은 천지 차이다. 투자의 경우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고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을 뜻한다.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거'라고 돼 있다.
투기와 투자의 목적은 이익 추구로 같다. 다만 그 방법과 과정이 명백히 다르다.
경제학적으로는 투자의 경우 생산성을 만들 수 있으나 투기는 그렇지 않다. 투자는 자본재의 총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활동으로 생산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러나 투기는 단순히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금융 자산이나 실물 자산을 구입하는 행위로 생산성이 없는 행동이다.
토지를 매입할 때 사용 목적을 밝히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단순 거주 목적이라도 실거주지로 활용된다면 이는 투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LH 직원들이 구매한 토지는 실제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주거 환경에 토지 보상을 높이기 위해 묘목만을 잔뜩 심어 놓았다.
정황상 전문 투기꾼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두고 LH 일부 직원들은 투자 자유를 말하고 있는 셈이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함부로 고쳐매지 말아야 한다.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이 있으면 정당한 투자조차 의심받기 마련이다.
직원들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에 비상대책회의 개최한 LH. (사진=LH)
LH는 전날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 부서 직원․가족의 지구 내 토지 소유 여부 전수조사를 통해 미신고 및 위법․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도 나서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의혹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흔들림 없는 주거안정 정책 수행으로 신뢰받는 LH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H 일부 직원들이 주장하는 '얻어걸린 것이다' '다른 공무원들도 하지 않겠냐'와 같은 도덕적 해이는 이 같은 약속에 불신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