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사장(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안전경영'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시행됨에 따라 안전사고를 피해야 하고 그동안 대우건설 매각의 걸림돌 중 하나로 산업재해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자가 2명 발생했고 고용노동부는 대우건설 본사와 전국 사업장에 대한 감독 결과 4억5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매년 민주노총이 발표하는 '살인기업'에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린 이유가 확인된 셈이다.
대우건설이 올해 상반기를 포함해 눈부신 실적 행진을 이어감에도 '살인기업' 오명을 씻을 수 없는 이유는 '주인 없는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재무 부문 건전성에 경영 방침이 찍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사장 역시 재임애 성공한 데는 경영실적이 밑바탕이 됐고 안전보건 분야는 뒷전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연결기준)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4조1464억원, 영업이익 4217억원, 당기순이익 286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매출 4조1464억원을 기록해 연간 목표인 9조8000억원의 42.3%를 달성했다. 사업부문별로는 ▲주택건축사업 2조8189억원 ▲토목사업 6291억원 ▲플랜트사업 4268억원 ▲기타 연결종속 27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2021억원) 대비 108.7% 증가한 421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51.0% 증가한 28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총이익도 6492억원(이익률 15.7%)을 달성해 전년동기(4072억원) 대비 59.4% 늘었다.
대우건설이 높은 실적으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정부 감독 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사고 사망자 발생 분석 결과 광주 동구 건축물 붕괴사고 현장에서만 9명이 숨진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대우건설은 유일하게 2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건설, 롯데건설, 태영건설, 효성중공업, 두산건설, 대방건설, 에스지씨이테크건설, 대보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9개 건설사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대우건설에 대한 본사 감독 결과 2018년 1월 1일부터 2021년 4월 27일 사이에 발생한 11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 총 4억5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위반 내용은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현장 안전보건관계자 미선임, 직무교육 미이수 등이다.
이는 대우건설 사내 규정상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경영에 대한 책임과 역할도 부족한 것으로 비롯됐다. 안전보건 활동의 성과 등을 검토하는 최종 권한은 사업본부장 등에게 위임돼 있었다. 대표이사가 재무 성과를 주로 강조하면서 안전보건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이유다.
노동부 감독 결과 대우건설 본사 경우 그동안 안전보건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2018년 15억7000만원이던 예산은 지난해 5억3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음에도 안전보건방침은 지난 2018년 이후 변화가 거의 없던 것으로도 확인됐는데 이 시기는 김 사장이 취임한 시기다.
김 사장이 올해 초 직원들 앞에서 “재해 사고를 줄일 수만 있다면 투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공고하게 정착하지 못한 국내 환경에서 대우건설처럼 '주인 없는 회사'의 대표이사는 실적을 바탕으로 한 수치로 성과를 어필할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산업안전에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