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인가. 지난해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건 이후 회복을 기대한 건설업계가 다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중소 건설사의 PF 자금 조달 실패가 업계 전반의 유동성 확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 중소건설사 국원건설이 지난 6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국원건설은 지난해 1조 4900억원 규모의 인천 서구 검암 역세권 사업에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으나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원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700억원 규모이며 건설경기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11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5억 7490만원으로 전년도 9억6700만원 대비 45억원 가량이 줄었다. 현금 창출 능력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자금흐름이 위축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게 결국 부도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 건설사가 PF 자금 조달 문제로 무너지자 중견 건설사 위기설이 다시금 대두됐다. 지난해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미분양 주택 증가와 맞물려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의 PF발 부도 우려까지 이어졌다. 이에 주요 신용평가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규모 체크에 나서기도 했으며 건설업계는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최근 위기감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5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다수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 공사비가 예정 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에서 금융기관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며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 기한 도래에 따른 부동산PF 채무 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다수 중소 건설사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이후로 회복 국면을 기대한 건설경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도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청약 시장도 회복세로 보이는데 자금조달에 다시 애를 먹게 되면 그때는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위기감이 다소 과하게 부풀려지는 측면도 있는데 열심히 사업을 진행하려는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 건설업계 향한 엇갈린 시선…PF 위기 현실화 과장됐나 신용평가사들은 9월 건설업계 모니터링과 함께 PF 리스크를 점검하면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직후처럼 PF로 인해 건설사 전반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에 따르면 분석대상인 21개 건설사의 2023년 8월말 기준 정비사업(9.7조 규모)을 제외한 PF우발채무 규모는 22.8조원이다. 이는 지난 6월말과 비교했을 때 약 29% 증가한 수준이다. 한기평은 우발채무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현금성자산을 감안했을 때 대다수의 건설사가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평 측은 PF 리스크가 가장 높은 건설사로 태영건설을 뽑았으며 분양 리스크가 가장 높은 건설사로는 신세계건설이라고 봤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공급과잉 및 분양경기 저하 우려가 큰 대구지역에 다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분양 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태영건설에 대해서는 "2분기 실적 개선 및 추가 유동성 확보 등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PF 우발채무 및 차환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유동화 증권 1609억원을 직접 매입하는 등 PF 우발채무 차환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태영건설은 올해 1월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이달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900억원을 차입하면서 유동성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자체 시행 사업 중 하나인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구미 꽃동산공원 특례사업) 대한 분양을 10월에 예고하는 등 주요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태영건설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1조6430억원, 영업이익 77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269% 늘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건설사들의 생사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건설사들의 위기 대응 능력은 분명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 급격한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도 과거 대비 개선된 유동성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미분양 등에 따른 운전자본부담에 대비하여 최대한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분양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PF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신평은 "올해 들어 PF대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개별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탕으로 PF 대출 상황은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상반기 말 기준 주요 건설사들의 외주사업 관련 PF보증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하는 등 여전히 PF우발채무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의 수익성 및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PF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이 확대되면서 건설사의 실질적인 재무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중견 건설사 향하는 PF 위기설…유동성 위축 우려

신평사마다 건설업계 위기설 놓고는 엇갈린 분석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9.22 14:43 | 최종 수정 2023.09.25 10:52 의견 0
(사진=연합뉴스)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인가. 지난해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건 이후 회복을 기대한 건설업계가 다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중소 건설사의 PF 자금 조달 실패가 업계 전반의 유동성 확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 중소건설사 국원건설이 지난 6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국원건설은 지난해 1조 4900억원 규모의 인천 서구 검암 역세권 사업에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으나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원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700억원 규모이며 건설경기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11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5억 7490만원으로 전년도 9억6700만원 대비 45억원 가량이 줄었다. 현금 창출 능력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자금흐름이 위축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게 결국 부도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 건설사가 PF 자금 조달 문제로 무너지자 중견 건설사 위기설이 다시금 대두됐다. 지난해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미분양 주택 증가와 맞물려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의 PF발 부도 우려까지 이어졌다. 이에 주요 신용평가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규모 체크에 나서기도 했으며 건설업계는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최근 위기감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5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다수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 공사비가 예정 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에서 금융기관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며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 기한 도래에 따른 부동산PF 채무 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다수 중소 건설사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이후로 회복 국면을 기대한 건설경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도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청약 시장도 회복세로 보이는데 자금조달에 다시 애를 먹게 되면 그때는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위기감이 다소 과하게 부풀려지는 측면도 있는데 열심히 사업을 진행하려는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 건설업계 향한 엇갈린 시선…PF 위기 현실화 과장됐나

신용평가사들은 9월 건설업계 모니터링과 함께 PF 리스크를 점검하면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직후처럼 PF로 인해 건설사 전반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에 따르면 분석대상인 21개 건설사의 2023년 8월말 기준 정비사업(9.7조 규모)을 제외한 PF우발채무 규모는 22.8조원이다. 이는 지난 6월말과 비교했을 때 약 29% 증가한 수준이다.

한기평은 우발채무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현금성자산을 감안했을 때 대다수의 건설사가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평 측은 PF 리스크가 가장 높은 건설사로 태영건설을 뽑았으며 분양 리스크가 가장 높은 건설사로는 신세계건설이라고 봤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공급과잉 및 분양경기 저하 우려가 큰 대구지역에 다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분양 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태영건설에 대해서는 "2분기 실적 개선 및 추가 유동성 확보 등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PF 우발채무 및 차환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유동화 증권 1609억원을 직접 매입하는 등 PF 우발채무 차환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태영건설은 올해 1월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이달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900억원을 차입하면서 유동성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자체 시행 사업 중 하나인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구미 꽃동산공원 특례사업) 대한 분양을 10월에 예고하는 등 주요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태영건설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1조6430억원, 영업이익 77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269% 늘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건설사들의 생사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건설사들의 위기 대응 능력은 분명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이후 급격한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도 과거 대비 개선된 유동성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미분양 등에 따른 운전자본부담에 대비하여 최대한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분양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PF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신평은 "올해 들어 PF대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개별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탕으로 PF 대출 상황은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상반기 말 기준 주요 건설사들의 외주사업 관련 PF보증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하는 등 여전히 PF우발채무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의 수익성 및 현금창출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PF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이 확대되면서 건설사의 실질적인 재무 위험도 상승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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