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사비용 안정화를 위해 팔을 걷었다. 치솟은 공사비가 주택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주거 불안을 초래하고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연평균 8.5% 수준의 공사비 상승률을 당장 2026년까지는 2% 내외로 안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장기추세선인 연평균 4% 안팎까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간다는 게 목표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공사비 안정화 방안'은 ▲자재비 안정화 ▲안정적 인력수급 및 건설 기계 시장 안정화 ▲공공공사 조달제도 개선 등을 3대 과제로 삼았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공사비도 30%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 불안감 확대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건설업황 부진이 이어지자 공사비를 포함한 다각도의 공사현장 안정화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거다.
■ 자재비 안정 위한 불공정 거래 근절 나서…시멘트 수입 지원 논의도
우선 정부는 자재비 안정을 위해 건설시장 전반에 걸친 불공정 관행 개선에 나선다. 비탄력적 자재 공급가격 유지와 계약 외 현장 추가운임비 요구 등 불공정 관행이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급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분야 불법·불공정행위 점검반을 6개월 간 운영한다. 국토교통부 내에 '건설업 불법·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해 언제든지 누구나 제보할 수 있는 전담창구를 마련한다. 자잿값이 급등한 시기에 가격변동 완충 역할 및 수급 지연 등을 완화할 수 있는 범부처 대응계획도 수립한다.
또 업계 간 자율대화를 위한 수급 안정화 협의체도 함께 추진한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협의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필요시에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갖춘 공익위원도 협의체에 참여한다. 협의체 제도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국토부는 건축자재의 수급 전망, 친환경 규제 등 구조적 원가 상승요인 분석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 변동 모니터링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멘트 수급 불안을 겪는 건설업계가 해외 시멘트를 수입하는 상황에도 지원사격에 나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시멘트 수입 인프라인 항만 내 저장시설(사일로) 설치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 확보 등을 지원한다. 수입 시멘트에 대해서는 품질과 안정성 등을 엄격하게 검증한다.
계속해서 자재 수급 불안으로 건설분쟁이 잦아짐에 따라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운영업무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더불어 원가 상승 부담을 가져올 수 있는 친환경 규제 적응을 위해 금융 및 기술개발(R&D) 지원도 강화한다. 탄소중립 목표가 높은 시멘트 업계에 온실가스 저감설비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개별 건축여건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민간건축물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직접설치 외에 다양한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평가방안을 검토한다.
신규 채취원 감소와 환경규제 등으로 골재 공급여건이 지속 악화됨에 따라 바다·산림 골재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았다. 기존 환경규제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규제적용 방식 개선 등에 나선다.
우선 바다골재는 채취량 한도(5년간 5%) 내에서 탄력적으로 연간계획량을 설정해 실채취량 기준 달성이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산림골재는 토석채취제한지역이라도 인근 채석단지와의 인접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채석단지로 확장 지정이 가능하게끔 법령을 개정한다.
건설공사비지수 증감율 및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 현장 고령화에 청년층·외국인력 진입 활성화도 꾀해
정부는 불투명한 직업전망과 체계적인 훈련·관리시스템 미흡으로 건설현장에 청년층 유입이 감소하고 있다고 봤다. 또 고강도·고위험 공종은 내국인이 기피하고 국내서 근무하는 외국인력도 제도적 제약으로 인력활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층 진입유인책을 제공하고 외국인력 활용도 개선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청년층 등 대상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특급 건설근로자의 '브랜드화' 등 건설근로자 우대문화를 조성한다. 건설근로자기능등급제가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게 우대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공공주택 건설사업에는 고급 이상의 기능등급 보유자를 공종 필수인력으로 의무배치하는 시범사업에도 나선다.
외국인력(E-9)은 건설현장 간 이동 가능 사유를 구체화하고 탄력적으로 인정한다. 또 내국인 기피 공종에 한해 숙련기능인(E-7) 비자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건설기계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건설기계 관련 불법·불공정 행위 근절에도 나선다. 임대료·인건비 등이 투명화될 수 있도록 전자대금시스템 적용 대상을 현행 공공공사에서 50억원 이상 민간공사까지 확대한다.
건설 공정 효율화와 스마트화 지원에도 나선다. 특히 대표적인 탈현장건설(OSC)로 꼽히는 모듈러 공법을 활성화한다.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를 올해 892가구에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연 3000가구를 목표로 한다.
■ 공공공사도 공사비 현실화 추진…관급자재 조달방식도 손질
정부는 그동안 자재비 급등기에 공급가격이 낮은 관급자재가 후순위로 공급돼 공공공사에 부담이 높았다고 보고 관련 제도도 손질한다. 공사비 상승분이 제때에 반영되지 않아 주요 대형공사의 유찰, 지연으로 인한 수의계약으로 전환을 방지하겠다는 거다.
우선 국가시책사업에 한해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조달청 위탁 없이 중소기업 제품 직접구매를 허용한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공사의 공사비 절감과 원활한 콘크리트 공급을 위해 현장에서 즉석으로 레미콘을 생산하는 시설인 현장 배치플랜트 설치도 적극 추진한다.
관급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제도도 보완한다. 특히 상생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한다.
관급자재 공급 관련한 불공정행위도 들여다본다. 관급 레미콘·아스콘 납품시 입찰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조합 중심의 계약 및 납품 기회를 개별기업으로 확대하고 조합이 개별 조합원사에 입찰 방해 등 부당행위를 행사하는 부분에는 즉각 부정당업자 제재 등 강력히 조치한다.
또 건설투자 확대를 위해 공공공사의 공사비 현실화하는 방안을 연내 확정한다. 일반관리비 요율을 조정하고 총사업비 물가지수 적용방식을 합리화한다. 낙찰율 적정성 평가와 턴키공사 수의계약 시 물가보정 시점도 조정한다.
직접공사비 산정시 시공여건(입지, 지형 등)에 따라 공사단가를 할증할 수 있는 ‘공사비 보정기준’을 보완(세분화 및 신설)·연내 발표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건설시장 활력 회복 기대에도 "한계점 보여"
정부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통해 건설시장 활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국토부는 침체한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중점 추진하겠다”면서 "공사비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업계 간 상생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국토부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각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방안이 단기간 내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 안정화 협의체는 운영내용 밀도에 따라서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여지도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며 "(협의체가) 수급조절이나 선가격책정도 확대해 다룬다면 시장독점과 담합 등의 불법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멘트는 장기보존과 유통하는 제품이 아닌 만큼 수요물량과 공급처를 사전에 정해놓고 수입하는 게 아니라면 수입산 시멘트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해외 시멘트 수입지원은 코로나 이후 철강재 가격이 솟구치며 모든 자재가격이 올랐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얘기인데 시멘트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카드 정도로 꺼냈을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청년층 진입 유인 제공책과 외국인력 활용 규제 완화 검토는 금전적인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직업교육이나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기는 어렵고 내국인 유입인력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하면 더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공공공사비 현실화는 공공공사를 대상으로 공사비 증액 효과가 있더라도 전체 건설공사로 본다면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