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 사옥.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주택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의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주택재건축정비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응찰했다.
방배7구역 재건축은 서초구 방배동 891-3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9층 아파트 316가구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는 1772억원 수준이다. 재건축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서울 강남권의 전통적 부촌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위치하며 내방역, 서리풀공원이 가깝다.
삼성물산은 2022년 수주한 인근 방배6구역도 이달 '래미안 원페를라'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방배7구역을 수주한다면 방배 재건축 구역에 연달아 래미안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방배7구역은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와 수주 경쟁이 예상됐다. 지난 10월 21일 조합이 연 현장설명회에 아홉 개 건설사가 참여했고 이후 그달 28일에 현장설명회 참석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가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입찰에서 SK에코플랜트가 한발 물러서며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최근 한남4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격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에도 부산 촉진 2-1구역을 놓고 포스코이앤씨와 경쟁하는 등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에 적극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도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주택사업 중에 안정적인 정비사업을 계속 눈여겨볼 수 밖에 없다"면서 "삼성물산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정비사업 수주, '3조 클럽' 고지 보인다
삼성물산은 2015년에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를 이후로 정비사업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이후 2020년에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따내면서 돌아왔다.
삼성물산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을 포함한 정비사업 수주에 힘을 쏟으면서 9117억원의 수주를 올렸다. 그 이듬해에는 1조8686억원의 수주를 올리면서 조 단위 수주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정비사업에서 2조8067억원의 수주액을 쌓았다. 지난해(2조951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원 이상의 수주이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지난달 30일 GS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1조1072억원 규모의 신길2구역을 따내며 수주고를 크게 늘렸다.
삼성물산이 올해 제시한 정비사업 수주 목표치는 3조 4000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연말 시공사 선정을 예고한 안양종합운동장 동측 재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해당 사업장의 공사비 규모가 최소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치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말에 안양종합운동장 동측 재개발 사업까지 수주에 성공하면 연초 목표로 제시한 수주액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