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샘 울트먼 오픈AI 대표. (사진=연합뉴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CEO가 지난 4일 국내 기업 총수들과 회담을 가졌다. 최근 딥시크의 맹추격으로 오픈AI가 동맹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이번 방한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만나 AI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4일 오전 올트먼 CEO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만났다.

올트먼 CEO는 회동에서 최태원 회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데이터센터 설립 등 AI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픈AI의 '맞춤형 AI 반도체'에 탑재하기 위한 HBM 설계 기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예측이다.

'맞춤형 AI 반도체'는 오픈AI가 주문형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체할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격적인 협업의 스타트라인을 끊은 기업은 카카오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올트먼 CEO는 이날 카카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사의 전략적 제휴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이는 오픈AI가 국내에서 맺은 첫 전략적 제휴로, 양사는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톡, 카나나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AI기술 API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또한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공동 프로젝트 개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카나나는 일대일 대화뿐만 아닌 그룹 대화에서도 맥락을 이해하고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강화된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력으로 AI 서비스 고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도 올트먼 CEO와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트먼 CEO와 AI 기반 캐릭터 'CPC(Co-Playable Character)'와 게임 개발 자동화 AI 도입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CPC는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로, 기존 NPC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국내에서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오픈AI의 최신 AI 기술을 더해 개발 역량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전직원에 제공, AI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한 고품질 LLM을 기반으로 한 CPC(Co-Playable Character) 개발과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뤄진 3자 회동 역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불법 승계에 관한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첫 대외 행보로, AI 사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올트먼 CEO는 회동에서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오라클과 함께 추진하는 약 720조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또한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전자·오픈AI·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업체 Arm을 중심으로 하는 AI 반도체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동이 '한·미·일 AI 동맹' 체결의 첫 걸음이라는 시각이다.

오픈AI는 Arm의 기본 설계대로 AI 칩을 개발하는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다. 업계는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가 엔비디아의 주문을 처리하는 데 바쁜 만큼, 마찬가지로 파운드리를 핵심 사업으로 삼은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편, 올트먼 CEO는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그는 지난 3일 일본에서 손정의 회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으며, 오는 6일 뉴델리에서 투자자들과 만난 뒤 7일에는 독일 AI 세미나 참석, 10일 프랑스 파리 AI 서밋 행사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