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투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매출에서 반등이 나타날 때까지 관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 심화로 미국 매출이 부진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실리콘투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26일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하반기 미국에서 화장품 공급과잉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2025, 2026년 회사의 미국 매출 추정을 하향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6.7% 내린 5만원으로 내렸다.
실리콘투는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64.2%, 73.9% 늘어난 1736억원, 25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각각 12.4%, 36.5% 하회한 수준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30% 변동 공시만 발표되었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만 파악 가능하고 부진의 정확한 요인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국내외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 등을 기반으로 추정해보면, 미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 심화로 미국법인 매출이 매우 부진했고, 이는 전사 원가율에도 영향을 준 걸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사인 엘프뷰티의 매출액 대비 마케팅/디지털비 비중은 1QFY25부터 지난 3분기까지 높아졌다. 회사가 프로모션비 지출을 늘린 이유는 미국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
그는 "오프라인 채널보다는 온라인에서 경쟁이 치열했고 그 중심에는 아마존이 있었다"면서 "2025년 1월 미국 소매에서 온라인 산업이 포함된 무점포 소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해 2024년 10~12월 흐름 대비 매우 부진했는데 미국 화장품 산업의 치열한 경쟁 환경은 실리콘투의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실리콘투의 실적과 관련해 미국에서 유통사, 브랜드사의 대규모 프로모션 등에 따라서 화장품이 과도하게 많이 팔린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소비자의 보유 재고가 떨어지는 시점 등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과 지난 2023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경험을 고려해 2025/26년 회사의 미국 매출 추정을 하향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 시점에서 회사의 하방 밸류에이션은 PER 13배 수준(22년 배수)으로 예상한다"면서 "주가 조정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실망이 충분히 반영되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확보될 경우 매수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