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하청 소속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HDC현대산업개발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2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11일) 오후 2시25분경,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공동 시공 중인 ‘이문아이파크자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30대 화물차 운전자 A씨(하청 소속)가 트럭 운반함에서 자재를 하역하는 과정에서 자재와 함께 떨어지며 깔리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직후 서울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건설산재지도과를 통해 현장 조사에 나섰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공정에 대해 부분작업중지 조치를 내리는 등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구획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담당하는 구역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 관리 책임이 적절히 이행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류경호 사무관은 “사고가 HDC현대산업개발 공사 구획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시공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고 발생 직후 즉시 현장에 출동해 작업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관 기관 조사에 협조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서울 최다 미분양 단지 '이문아이파크자이'…사고로 공사 부담 가중

사고가 발생한 이문아이파크자이는 현재 서울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로, 건설사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문아이파크자이는 서울 내 민간 아파트 중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곳은 3단지인데, 이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으며, 해당 단지는 나홀로 아파트처럼 조성되면서 입지적 단점이 부각돼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문아이파크자이 투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이문아이파크자이 1·2단지는 서울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과 인접해 입지가 우수한 편이지만, 3단지는 도보로 15분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고도제한(4층)으로 인해 타운하우스로 지어지고 있어 정주 환경이 불리하다는 평가다. 또한, 1·2단지 대비 분양가가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 지연 가능성이 커졌고, HDC현대산업개발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해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공사 일정 차질과 안전 문제 대응이라는 추가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 HDC현대산업개발, 반복되는 안전 문제…기업 책임 강화 요구

문제는 반복되는 안전 관련 이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안전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있었다. 당시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최상층(39층)이 무너지면서 16개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재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


이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감리업체 등 관계자 2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현장 책임자 등 5명이 징역 2~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주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번 서울 동대문구 사고 역시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어, 기업의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정경구 대표가 이끌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안전관리 및 책임 경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 붕괴 사고 이후에도 안전 문제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이번 조사를 계기로 건설사의 안전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