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어려움에 처했다. 일부 업체들만 관련 치료제나 백신, 진단키트 개발에 따른 지원을 받는 모습이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개발이긴 하나, 업계 전반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코로나 19 국가재난 위기 제약 자국화 기반을 위한 건의문’을 13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약 46%나 줄었다. 올해 제약바이오산업 매출이 최소 1조8000억원대(총 약품비의 최소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협회는 이 같은 매출타격은 기업경영 전 분야에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코로나 19 국가재난 위기 제약 자국화 기반을 위한 건의문’을 13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코로나19 여파, 제약바이오산업 손실 많아
코로나19 사태로 임상시험 지연·중단 사례도 다수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인들의 코로나19 현장 투입과 임상 환자 모집 어려움이 주된 이유다. 이로 인해 개발 중이던 일부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기적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료수급도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환율까지 올라 원 재료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중국이 다수의 원료의약품 공장을 폐쇄했고 인도는 26종의 원료의약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원 재료비 25% 상승 시 비용 증가는 1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협회는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추가적인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약제규제정책 도입을 멈춰달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현재 눈에 보이는 피해액만 봐도 3,200억원 상당이다.
협회는 “이미 지난 1월 1,000억원 규모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를 단행한데다 내년 1월까지 사용량 증가, 가산기간 제한 등으로 2,000억원 상당의 약가인하가 예고돼 있어 총 3,2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향후 적용하기로 한 제네릭 약가 차등제에 따른 기등재의약품의 약가인하 금액 6,500억원을 포함하면 제약산업계는 건강보험 청구액의 5%에 달하는 약 1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입법 예고된 요양급여기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을 재평가해 급여범위를 줄이거나 약가를 인하하게 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는 게 협회 측 요구사항이다. 제약 자국화에 필요한 R&D지원, 세제혜택, 신속심사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해달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과 원료 및 필수의약품 생산설비 확충 등이 구체적 내용이다.
협회 측은 “위중한 상황을 직시한 특단의 비상조치와 파격적 지원이 동반된다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의 새 성장엔진으로,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제약 자국화를 실현하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성장동력 산업으로서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文대통령 지원금 2,100억원 어디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성장 궤도에 오른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 진단키트 등을 개발 중인 업체들이다. 관련 업체들은 주목을 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원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제약바이오 기업 셀트리온과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은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 기류를 타고 발전하는 모양새다.
이들을 제외한 제약바이오산업 업체들은 손실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약가인하와 임상 중단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개발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회복불능 상태에 있는 업계 전반에도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약제규제정책 도입만 연기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