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나카야마 미호(사진=부산국제영화제)
25년간 사랑 받은 멜로의 대표 여배우가 여성 감독과 만났다. ‘나비잠’은 두 사람의 장점이 극대화 된 결과물로 탄생했다.
14일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진행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텐이션 ‘나비잠’ 기자회견에는 정재은 감독, 나카야마 미호,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나비잠’은 통속적인 연애물을 쓰는 전업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일본으로 유학온 청년 찬해(김재욱)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불치병을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과 ‘러브레터’ 히로인 나카야마 미호가 만나 화제를 모았다. 내년 한일 동시 개봉한다.
▲ ‘나비잠’을 소개하자면?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한 영화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에 도전했다. 요즘 영화 시장에선 멜로 영화에 대한 애정들을 가지고 있는데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 만든다고 결정된 이후에 나카야마 미호의 팬으로 여주인공은 나카야마 미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러브레터’ 이후의 멜로 영화 주인공 모습을 살려서 저만의 이미지로 만들고 싶었다. 나카야마 미호가 캐스팅 된 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카야마 미호가 출연을 결정하자 그의 친구들이 출연하겠다고 했다. 정말 좋은 일본의 배우들이 힘을 합쳐서 영화를 만드는 조건이 됐다. 영화의 가능성을 밀어준 나카야마 미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정재은 감독)
▲ 일본에서 촬영했는데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일본에서 처음 영화를 찍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저에겐 좋은 점도 많았다. 영화를 찍다 보면 감독이라는 존재가 미움의 존재가 되지 않나.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까 어려운 부탁을 해도 일본어를 몰라서 부탁하는 걸 재미있게 봐준 것 같다. 외국인으로 장점이 많더라. 또 통역을 하는 분을 거치니까 감독으로 하는 말을 짧게 하게 되더라. 감독들이 보통 말이 많지 않나.(웃음) 촬영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영화가 언어로 전달되는데 감독으로 모국어가 아닌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느낌일까가 저에겐 과제였다. 그 부분에 있어서 배우들의 선택을 믿자고 생각했고 배우들에게 많이 의지했다.”(정재은 감독)
나카야마 미호(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아직까지도 한국팬들은 ‘러브레터’를 대표작으로 말한다. 한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게 배우에게 어떤 감정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다. 전 ‘러브레터’라는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은혜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나카야마 미호)
▲ 멜로에서 많이 봐오던 연상연하 커플인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멜로 영화라는게 변형이 많진 않다. 우리가 보통 좋아하는 멜로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는데 여기선 기억의 상실이라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물론 새로운 이야기로 볼 수 없지만 기억이라는 게 사랑을 했던 사람들,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사랑으로 인한 이야기를 한일 양국의 연애로 풀고 소설이라는 소재를 영화 안에서 넣어서 좀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보이면 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정재은 감독)
▲ 나이가 들수록 여배우들은 할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든다는 게 여배우들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나카야마 미호라는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작품을 할 때 그 작품이 전체라고 하면 전 일부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하면서 여배우고 싶다는 생각보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해왔다. ‘나를 봐주세요’가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여배우로 일 해왔다.”(나카야마 미호)
▲ 김재욱과 예쁜 장면이 많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김재욱이 아름다운 분이라서 김재욱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나카야마 미호)
▲ 건축에 대한 작품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 나오는 건축물과 로케이션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정말 운이 좋았다. 영화 속 집은 일본에서 상당히 유명한 건축가의 집이다. 아베 츠토무라는 분인데 이 건축가가 만든 이후 50년간 살고 있는 장소다. 일본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분인데 촬영에 배려를 해주셨다. 제가 건축 다큐를 찍었으니 이 건물을 영화로 표현해달라고 하더라. 이 공간이 전 두 사람의 기억의 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기억이 담긴 집으로 손색이 없다.”(정재은 감독)
▲ 알츠하이머에 걸린 역을 맡았는데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료코가 앓는 병은 유전적인 알츠하이머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알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질병을 다룬 작품을 하면 어렵다. 그 증상을 내가 진짜 앓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진짜 마음을 모른다. 가능한 감독님의 지시를 따르면서 하려고 노력했다.”(나카야마 미호)
“멜로 영화에서 여배우의 감정은 터지는 게 중요 포인트인데 한번도 울지 않는 여자주인공을 표현해야 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게 나카야마 미호에게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다. 감정이 풍부한데 울지도 못하게 해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정재은 감독)
“그야말로 마지막에 울 수 없어서 힘들었다.”(나카야마 미호)
▲ 시나리오부터 받았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었나?
“‘러브레터’를 통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스태프가 제안을 해준 것 같다. 한국 영화에 출연하면 절 알릴 수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한국으로부터 정열적으로 제안을 해줬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여배우가 나이 들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드는데 료코는 50살 설정이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연기하는 게 보람이 된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나카야마 미호)
▲ 김재욱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한국 배우랑 연기한 건 김재욱이 처음이다. 굉장히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전면적으로 부딪쳐오는 분이고 열정적이다. 이틀 전에 김재욱과 1년 만에 봤는데 계속 성장한 모습이 보이더라. 기대가 되는 배우다.”(나카야마 미호)
▲ 김재욱을 캐스팅한 이유는?
“일본 스태프와 찍다 보니 김재욱은 제가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김재욱 자체가 감독과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지내는 스타이리라서 배우보단 동료, 동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김재욱이라는 배우가 가진 여러 가능성 중에서 영화를 사랑하고 감독에게 의지를 주는 존재라고 깨닫게 됐다. 캐스팅 할 때 가장 큰 요인은 일본어였다. 언어가 섞이는데 전 그게 감상에 방해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어를 통일하겠다고 생각했고 일본어를를 잘하는 배우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본 분들이 김재욱의 일본어가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고 했다. 김재욱의 일본어 실력이 캐스팅을 하는데 결정적 요인이었다.”(정재은 감독)
▲ 극중 료코를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 그렸는데?
“여자 중심의 영화가 많지 않고 제가 여자감독이라 여자 주인공을 그리는데 는 자신있다. 여자가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땐 굉장히 다르다. 의지도 강하고 욕망도 강하다. 이 주인공은 불치의 병에 걸렸어도 자신의 자존감,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통제하고 싶은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그걸 선보이고 싶었고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정재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