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뷰어스=노윤정 기자]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윤시윤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쌍둥이 형제인 한강호(윤시윤)와 한수호(윤시윤), 사법연수원생 송소은(이유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법정극이다. 전과 5범인 한강호가 판사인 쌍둥이 형 한수호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극 중 한강호는 정식으로 법률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다섯 번이나 감옥을 들락날락하다보니 ‘실전 법률 지식’에 빠삭해졌을 뿐이다. 그런 한강호가 법정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는 판사가 된다. 당연히 제대로 된 판결문조차 쓰지 못해 늘 판사시보인 송소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판결은 한강호의 입을 통해 내려진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적인 일이다. 반면 극이 다루는 사건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친애하는 판사님께’ 측은 방영 전부터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극의 사건들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사건들 하나하나 현실적이고 몰입도가 높다. 송소은이 검사시보였을 당시 담당 검사였던 홍정수(허성태)에게 성희롱 당하는 모습만 해도 그렇다. 극 중 홍정수의 행동은 명백히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이다. 슬픈 것은 시청자들에게 전혀 낯선 장면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극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호성(윤나무)의 폭행 및 마약 사건 역시 익숙하기에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오성 그룹 후계자인 이호성은 그룹의 계열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때려 실명하게 만들고 자신의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휘두르며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운전기사에게 발길질한다. 재판 받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바퀴벌레 하나 밟아 죽였다고 몰매 맞는 느낌이다”고 뻔뻔한 얼굴로 말한다. 또한 자신이 마약을 했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돈과 권력을 이용해 박해나(박지현)와 지창수(하경)를 피의자로 내세워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이호상의 모습은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사건들의 재현이나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다. 송소은(이유영 분)의 언니 송지연(곽선영) 사건은 성폭행 피해자가 법정에서 2차 가해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씁쓸한 현실을 담아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가해자가 거짓으로 반성하는 척하며 낮은 형량을 받아내는 모습 또한 보는 이들을 공분하게 만든다. (사진=SBS 방송화면) 이처럼 ‘친애하는 판사님께’ 안에는 현실을 반영한 사건들과 전과 5범이 판사가 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 괴리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현실적인 사건들에 내려지는 비현실적인 판결들.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원했던 그런 판결을 한강호가 보여주는 것이다. 한강호는 법관으로서의 윤리 의식이나 정의 실현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자신을 쫓는 경찰을 피하기 위해 한수호인 척했고 재판 거래로 ‘뒷돈’을 받기 위해 판사인 체 계속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호는 진짜 판사가 아니기에 법원의 생리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다른 법관들이 보기에 일탈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그 모습들이 보는 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강호는 법정을 퇴장하며 법관을 향해 일어선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때로는 피의자의 손을 확인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의자 석으로 내려간다. 또한 판사시보인 송소은에게 자신의 의자를 내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던 판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한강호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법관들과 달리 굉장히 감정에 솔직하다. 그래서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함께 분노하며 속 시원한 판결을 내려주고 있다. 특히 한강호가 이호성에게 징역 7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통쾌함을 선사한 장면으로 꼽힌다. 이호성은 당연히 재판에서 선고 유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성했느냐”는 한강호의 질문에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를 입으신 분께 유감을 표한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답할 뿐 끝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에 한강호는 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호성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그동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이 사건에 참작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러자 기자들은 재벌에게 내려진 유례없는 실형 선고에 소식을 전하기 바빠진다. 화면을 보던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재벌가 사람이 범법을 행하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모습에 울분을 터트린 적 있는 시청자들은 한강호의 판결에 신선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실제 사건들을 극화해 더욱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사건들. 그 안에서 보여주는 가짜 판사 한강호의 비현실적인 모습들. 한강호가 보여주는 판사로서의 모습과 판결은 어쩌면 그가 진짜 판사가 아니기에 가능할 것이다. 판사라는 자리에 미련이 많지 않고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통쾌한 동시에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법관의 모습이 현실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사실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공감도가 높고 통쾌한 한강호의 판결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면. '친애하는 판사님께' 한강호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수다뉴스] '친애하는 판사님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노윤정 기자 승인 2018.08.23 12:30 | 최종 수정 2137.04.16 00:00 의견 0
(사진=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사진=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뷰어스=노윤정 기자]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윤시윤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쌍둥이 형제인 한강호(윤시윤)와 한수호(윤시윤), 사법연수원생 송소은(이유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법정극이다. 전과 5범인 한강호가 판사인 쌍둥이 형 한수호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극 중 한강호는 정식으로 법률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다섯 번이나 감옥을 들락날락하다보니 ‘실전 법률 지식’에 빠삭해졌을 뿐이다. 그런 한강호가 법정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는 판사가 된다. 당연히 제대로 된 판결문조차 쓰지 못해 늘 판사시보인 송소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판결은 한강호의 입을 통해 내려진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적인 일이다.

반면 극이 다루는 사건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친애하는 판사님께’ 측은 방영 전부터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극의 사건들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사건들 하나하나 현실적이고 몰입도가 높다. 송소은이 검사시보였을 당시 담당 검사였던 홍정수(허성태)에게 성희롱 당하는 모습만 해도 그렇다. 극 중 홍정수의 행동은 명백히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이다. 슬픈 것은 시청자들에게 전혀 낯선 장면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극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호성(윤나무)의 폭행 및 마약 사건 역시 익숙하기에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오성 그룹 후계자인 이호성은 그룹의 계열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때려 실명하게 만들고 자신의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휘두르며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운전기사에게 발길질한다. 재판 받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바퀴벌레 하나 밟아 죽였다고 몰매 맞는 느낌이다”고 뻔뻔한 얼굴로 말한다. 또한 자신이 마약을 했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돈과 권력을 이용해 박해나(박지현)와 지창수(하경)를 피의자로 내세워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이호상의 모습은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사건들의 재현이나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다. 송소은(이유영 분)의 언니 송지연(곽선영) 사건은 성폭행 피해자가 법정에서 2차 가해 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씁쓸한 현실을 담아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가해자가 거짓으로 반성하는 척하며 낮은 형량을 받아내는 모습 또한 보는 이들을 공분하게 만든다.

(사진=SBS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화면)

이처럼 ‘친애하는 판사님께’ 안에는 현실을 반영한 사건들과 전과 5범이 판사가 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 괴리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현실적인 사건들에 내려지는 비현실적인 판결들.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원했던 그런 판결을 한강호가 보여주는 것이다.

한강호는 법관으로서의 윤리 의식이나 정의 실현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자신을 쫓는 경찰을 피하기 위해 한수호인 척했고 재판 거래로 ‘뒷돈’을 받기 위해 판사인 체 계속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호는 진짜 판사가 아니기에 법원의 생리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다른 법관들이 보기에 일탈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그 모습들이 보는 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강호는 법정을 퇴장하며 법관을 향해 일어선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때로는 피의자의 손을 확인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의자 석으로 내려간다. 또한 판사시보인 송소은에게 자신의 의자를 내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던 판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한강호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법관들과 달리 굉장히 감정에 솔직하다. 그래서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함께 분노하며 속 시원한 판결을 내려주고 있다. 특히 한강호가 이호성에게 징역 7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통쾌함을 선사한 장면으로 꼽힌다. 이호성은 당연히 재판에서 선고 유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성했느냐”는 한강호의 질문에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를 입으신 분께 유감을 표한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답할 뿐 끝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에 한강호는 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호성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그동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이 사건에 참작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러자 기자들은 재벌에게 내려진 유례없는 실형 선고에 소식을 전하기 바빠진다. 화면을 보던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재벌가 사람이 범법을 행하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모습에 울분을 터트린 적 있는 시청자들은 한강호의 판결에 신선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실제 사건들을 극화해 더욱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사건들. 그 안에서 보여주는 가짜 판사 한강호의 비현실적인 모습들. 한강호가 보여주는 판사로서의 모습과 판결은 어쩌면 그가 진짜 판사가 아니기에 가능할 것이다. 판사라는 자리에 미련이 많지 않고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통쾌한 동시에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법관의 모습이 현실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사실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공감도가 높고 통쾌한 한강호의 판결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면. '친애하는 판사님께' 한강호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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